「에이프릴·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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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만우절의 기원을 알려면 「마태」복음 28장 21절을 보라』는 말이 있다. 신약성서를 펴 본다. 아차! 「마태」복음은 28장 20절밖엔 없다. 「에이프릴·풀」(만우절)에 서양인들이 친구를 골려주는 「조크」의 하나이다.
일설엔 만우절의 풍습은 고대 「로태」의 「힐라리아」(3월 25일=Halaria)나, 인도의 「홀리」(3월 31일=Huli)절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것도 정설은 아니며, 다만 춘분의 절후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서양사람들은 말한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보면 비도 왔다, 햇볕도 비쳤다 하는 변덕스러운 천후가 사람을 멍청하게 만들며, 필경 그것에서 유래했을 것이라고 한다. 하긴 나른한 봄 날씨는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쉽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날을 「프와송·다브릴」이라고 부른다. 『4월의 물고기』라는 뜻. 「얼간망둥이」라는 우리의 속설도 없지 않지만, 그런 모양으로 사람을 곯려주어도 되는 날이 「프와송·다브릴」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바보야!』할 때도 『켈·프와송」이라고 한다.
거짓말도 지나치면 유쾌하기는커녕 비극을 부르는 수가 있다. 「이솝」의 우화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어느 마을에 양치는 소년이 있었다. 그는 심심하면 『늑대가 나왔다! 날 좀 살러달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온통 산으로 달려오곤 했다. 소년은 그것이 여간 재미있지 않았다. 그는 따분하거나, 너무 태평한 때면 『늑대가 나타났다』고 고함을 질렀다. 역시 그때마다 마을사람들은 온통 집밖으로 달려나왔다.
그러나 어느 날 그 거짓말은 비극을 부르고 말았다. 정말 늑대가 떼거리로 나타나 소년과 양을 물어갔다. 이 때 그 소년은 『늑대가 나왔다』고 제아무리 소리를 질렀지만 동네사람들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다.
이 우화는 『한 마을』이 아니고, 『한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의 교훈을 준다.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둘러싸고 거듭된 위증으로 끝내 그는 자신의 진실을 증언할 수 없었다. 그가 진실이라고 웅변해도 그때는 이미 그 진실성이 퇴색되었을 때였다. 그는 결국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거짓말이 부른 정치의 비극이다.
공자도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건은 믿음(신)을 주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심리학자들은 거짓말을 하는 심리를 네 가지로 나누어 생각한다. 첫째 두려움, 둘째 약점, 셋째 질투, 넷째 허영.
세상엔 진실 속에 약간의 거짓을 섞어 그것이 진실이라고 말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진실일 수 없으며, 오히려 불순한 거짓에 더 가깝다. 자, 오늘은 만우절. 우리에겐 하루만이라도 진실을 말하는 날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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