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부족에 좇긴 외상수입의 확대|수입억제조치 따라 타격 받는 업계에 해갈 시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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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무리 수입감소로 인한 부작용이 많아도 수입억제는 계속 강화될 전망이다.
수입이 줄면 원자재의 확보나 물가안정에 확실히 주름이 온다.
그러나 당장 외환이 달리니 수입을 늘리려야 늘릴 수가 없다. 잘못하면 외환부도가 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의 환율인상을 비롯한 여러 수입억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외환수지는 계속 적자 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중에만 해도 경상적자는 2억7백만「달러」에 달했다. 작년 2월의 6천만「달러」적자에 비해 3배가 넘는 규모다. 2월의 경상적자 2억7백만 달러는 자본거래 흑자 1억8천1백만「달러」로「커버」하고도 가 환 보유고는 2천6백만 달러가 줄었다. 빚을 빚으로 갚는 부채이월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 1억「달러」의「뱅크·론」도입으로 겨우 10억「달러」선을 넘어섰던 외환보유고는 금년 들어 2개월 동안에 9억1천1백만「달러」선으로 뚝 떨어졌다. 금년 1, 2월의 외환감소는 작년 말에「러시」를 이루었던 수입격증이 결제된 것이며 앞으로는 외환이 무더기로 떨어져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무부에선 해명하고 있다. 이는 현재의 강력한 수입억제조처를 앞으로도 상당한 부작용을 각오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수입억제조처는「비상 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도가 세다.
수입담보 적립 율이 인상되었고 일람 불 수입이 억제되고 있으며 특히 수입 담보 금의 90일 동결조처는 환율인상과 버금가는 강경 조처다.
이로 인한 경제에의 흐름은 현재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 아우성이 나고 물가가 오를 것은 뻔하다. 그 압력을 다소 완화하기 위해 재무부는 10일 연 불 수입 대상품목을 43개에서 70개로 늘리기는 했다. 그러나 연 불 수입 대상품목의 확대정도로 완화될 주름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수입을 늘릴 수 없는 전제이기 때문에 만약 연 불 수입 대상확대가 수입을 촉발할 것 같으면 재무부는 이를 시행할 수가 없다. 재무부로선 외환수지에 별 영향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품목확대를 한 것이다.
다른 말로 바꾸면 품목확대는 업계의 욕구에 비하면 해갈도 안될 정도다. 품목을 확대한다고 하여 크게 생색을 낸 것 같지만 사실은 대세에 영향이 없다. 외환수지 때문에 도저히 수입을 풀 수가 없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출침체가 계속된다면 수입억제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2월까지의 수출추세로 보아 금년 수출목표 60억 「달러」의 달성이 어렵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것 같다. 수출이 계획보다 줄면 수입을 더 줄여야 한다. 현재도 그렇지만 수입억제를 더 강화하면 그 부작용은 심각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작용이 크다 해도 수입을 해 올 외환이 없으니 수입억제 외엔 방도가 없다.
수입억제의 고통이 이토록 심한 것은 근본적으로 수입 유발 적인 경제구조에 있지만 이미 경직된 경제구조를 하루 아침에 고칠 수도 없다.
현재 수입억제를 둘러싸고 재무부와 상공부·업계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입장의 차이 때문이다. 상공부와 업계로선 생산과 수출을 보장해야 하고 재무부는 외환부도를 막아야 한다.
결국 정책공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수입억제의 강도가 결정 될 것이다. 최근의 수입억제조처는 경제정책에 있어 국제수지가 어느 정도 제약조건이 되며 또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를 최초로 실감 있게 가르쳐 주는 좋은 기회라 할 것이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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