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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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월 중 경제동향 보고에서 나타난 주요 경제지표는 우리 경제가 새해 들어 더욱 본격적인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예증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한 재정 금융정책의 적극적 운용으로 국내여신 통화성 예금 등의 금융지표가 현저한 상승을 기록했는데도 경기 향 배의 관건인 무역이나, 투자관계지표는 더욱 둔화현상을 나타냄으로써 실물 경제면의 침체가 진전되고 있다.
생산·출하의 감소와 재고 누증이라는 작년 하반기 이래의 추세는 새해 들어서도 의연 계속되고 있으며 민간주거용을 제외한 공업용·상업용·기타 건축허가면적도 계속 줄어들어 민간투자의 저조가 아직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록 계절적 요인을 고려에 넣는다 해도 작금의 실물경제 경향은 경기의 바닥이었던 72년 초의 그것에 비해 한층 더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이는 대외거래에서 더욱 두드러 진다. 2월 말 현재 상품수출은 6억8백40만「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 비 1·3%가 줄어들었고 신용장 내도 액도 전년 동기 비 10·7%가 감소되어 세계 경기불황의 심도가 더해 감을 실감하게 만들고 있다.
이 모든 지표의 어두운 진전과는 상관없이 수입추세는 2월 들어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은 우리경제가 지닌 구조적 취약점을 다시 한번 표시하는 셈이다. 12·7조치와 이에 잇단 일련의 수입 억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수입규모가 이처럼 높게 유지되고 있음은 정부가 항상 내세우는 이른바 수입의 경직화 탈피라는 정책목표가 조금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당국은 년 초의 수입증가가 지난 년 말에 폭주한 수입 인증 발급 때문이며, 3월 이후 부 터는 인증 발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나 2월까지 KFX수입만도 이미 10억「달러」를 넘어선 수준은 급박한 현재의 외환 사정을 고려할 때 심각한 불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선이다.
정부로서도 올해 경제운용의 핵심을 당면 국제수지개선에 두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나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로 미루어 볼 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당국의 인식과 실천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올해 총 자원예산 상으로는 수출 60억「달러」, 수입 72억「달러」로 12억「달러」의 무역적자를 계 상하고 이를 장 단기 자본 18억「달러」도입으로 메울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수출입은 물론 자본도입에서도 적지 않은 애로요인이 실재하고 있는 것이다.
IMF 연례 협의 단이 지적한 바와 같이 올해 수출목표는 당초부터 지나치게 의욕적이었음은 가리울 수 없다.
문제는 목표자체의 적정여부 보다는 여건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신축적으로 대응할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수출이 여의치 못할 경우, 가능한 선택은 자명하다. 경제운용의 폭을 줄이는 길밖에 없으며 이는 과감한 수입억제를 수반해야 한다. 문제는 급격한 수입억제가 초래하는 고통을 어떻게 공평하게 부담하는가 이다.
지금까지 흔히 이 같은 고통의 부담이 각 계층의 경제적 적응능력에 비례하기보다는 정치적 배려에 근거하는 경우가 허다했음을 상기할 때 보다 실효성 있는 수입규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 같은 경제외적 논리의 배제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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