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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마지막 규제 LTV·DTI 손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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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날 옷은 지난 1월 다보스포럼 개막연설 때 입은 옷이다. [변선구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마지막 규제로 꼽히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에 손을 대기로 했다. DTI와 LTV는 부동산 가격 폭등기인 2006년 도입된 주택담보대출 규제다. 그해 수도권 아파트값은 26.3% 올랐다. 하지만 2010~2012년엔 아파트값이 계속 떨어지는 등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이 규제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중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대한 세부 계획으로 “LTV·DTI의 합리적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LTV는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집값의 얼마까지 담보로 인정해 주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LTV 한도가 50%고 집값이 1억원이라면 5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현재 적용되는 비율은 50~70%다. DTI는 매년 갚아야 하는 대출 원금과 이자가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수도권에 한해 60~70%로 묶고 있다. 예컨대 연소득이 1억원이고 갚아야 할 원리금이 5000만원이면 DTI는 50%가 된다. 이는 모두 대출 금액을 제한해 주택 시장에 풀리는 돈을 줄여 가격 폭등을 막겠다는 취지다.

 LTV·DTI 규제를 강화하면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반면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빌릴 수 있는 돈이 줄어들기 때문에 요즘처럼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시장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주택시장 간 상충 문제 때문에 정부도 LTV·DTI의 강화나 완화가 아닌 ‘합리적 개선방안’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상황에서는 집값이 소폭 상승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본다”고 말해 완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음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일괄 완화나 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2017년까지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고, 질도 나빠지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한 고용·소득 창출 효과로 가계부채 증가비율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선택적인 완화가 이뤄질 거란 예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고소득층에는 LTV를 완화해 적용하고, 소득이 낮거나 불규칙한 계층에는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면 주택 거래는 늘리고 가계부채비율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 차관도 “LTV는 지역과 금융업종별로 규제 수준이 다르다”며 “일단 이 같은 분야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DTI에 대해선 “수도권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또 적정 대출 금액을 정할 때 대출자의 현소득만 봐야 하는지, 미래 예상 소득까지 고려해야 하는지도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가계부채 추이를 보면서 불합리한 것에 대해 수정을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른 대책으로는 민간 건설사가 짓는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현행 1년) 완화 방침이 재확인됐다. 이는 지난 19일 국토교통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됐던 것이다. 또 2.8~3.6% 금리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는 ‘디딤돌 대출’, 1.5% 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산 뒤 나중에 집을 팔 때 시세차익을 정부와 나눠 갖는 ‘공유형 모기지’ 사업도 계속 추진된다. 정부는 종전 연 2조원이던 주택 구입 지원 자금 규모를 올해부터 11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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