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공공주택 OECD 절반 안 돼 … 행복주택 도입도 대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정책인 행복주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해당 지역 주민 반대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행복주택 공급 물량을 당초 20만 가구에서 14만 가구로 확 줄였다. 정부의 핵심 주거복지 정책이 후퇴하면서 여론도 둘로 갈라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대개 반대하고 있지만 일부 주택 관련 시민단체들은 행복주택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공공임대주택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도록 주민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는 지난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최한 ‘사회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임대주택 정책’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내한한 영국·일본·홍콩 주택청 관계자와 국내 전문가에게 행복주택의 과제와 성공 조건에 대해 물었다.

 홍콩 주택청(HKHA)의 아다 펑 부청장, 영국 주택청(NHF)의 아노 시미클러 부장, 일본 도시르네상스기구(URA)의 와타나베 나오유키 부장,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하성규 교수가 질문에 답했다. 영국은 현재 전체 주택의 16%가 행복주택과 비슷한 공공임대주택이고, 홍콩과 일본도 아시아에선 공공임대 비율이 높은 국가로 손꼽힌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영국·일본·홍콩에선 얼마나, 어떤 방식의 공공임대를 공급하나.

 ▶와타나베=일본엔 공영·공사임대주택, UR임대로 불리는 다양한 임대주택이 있다. 가령 도쿄도 지요다·미나토구 등지에선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진행 중인데 도심에선 특히 이 같은 재개발을 통해 적지 않은 임대주택을 확보한다.

 ▶펑=홍콩 역시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일찍이 다양한 공공임대를 공급해 왔다. 신도시 등 신규 개발지와 기존 도심의 재개발을 통해서다. 특히 도심에선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는데 이를 위해 홍콩에선 도시재생사업에 ‘그 장소에서 계속 거주한다’(Aging in Place)는 개념을 적용하고 있다.

 ▶시미클러=영국에선 한국과 달리 지방정부가 공공임대를 공급해 왔다. 한때 전체 주택의 35%를 공공임대로 공급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지금은 비영리 민간단체인 주택협회(housing association)가 공공임대를 공급한다. 주택협회 역시 대규모 공공임대는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고 있다.

 - 한국의 공공임대 정책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하성규=한국은 주거복지 효과가 큰 10년 이상 장기 거주가 가능한 공공임대가 전체 주택의 5% 수준이다.

 ▶시미클러=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공공임대 비중은 11.5% 정도다. 유럽연합(EU)은 평균이 13% 정도다. 한국의 10년 이상 공공임대 비중이 5% 정도라면 공공임대가 충분히 공급됐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 한국에선 최근 사회초년생·신혼부부·대학생 등 주거 취약층에게 수요층별 생활양식을 고려한 임대주택(행복주택) 공급을 추진 중이다. 이와 유사한 정책이 있나.

 ▶와타나베=일본 역시 2007년부터 관련 법을 제정해 이재민이나 고령자, 장애우 등 주거 취약층에게 공공임대를 공급 중이다. 예컨대 도쿄 신주쿠에선 지역 특성에 맞게 학생·독신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집세 보조 등의 방식으로 공공임대를 공급하고 있다.

 ▶펑=홍콩도 마찬가지다. 홍콩 주택청은 중저소득층,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등에게 공공임대를 공급하고 있다. 택지 확보가 어려운 도심·외곽 가리지 않고 공공임대가 필요한 지역에선 적극 공급하고 있다.

 - 공공임대 선진국들도 수혜 대상은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 것 같다.

 ▶하성규=결과적으로 사회적 약자, 주거 취약층에게 공급한다는 점에선 같다고 봐야 한다. 행복주택 공급 대상자가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대학생 등 일반 주택시장에 진입이 어려운 젊은 층과 독신자, 고령자 등이라는 점은 합당해 보인다.

 -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임대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와타나베=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택 확보는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시미클러=자신의 직장 근처에서 주택을 구하려는 젊은이에게 매우 중요하고 합리적인 공공임대주택인 것 같다. 영국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으로 특히 사회초년생 등 젊은이들이 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젊은 층의 주택난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돌아가면 한국의 행복주택을 벤치마킹할 생각이다.

 - 한국 정부는 행복주택을 도심에 공급할 계획이다.

 ▶펑=홍콩은 택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 도심뿐 아니라 외곽 지역이라도 적합한 부지가 있으면 공공임대를 공급한다. 도심이라는 지역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공공임대라는 주택이 필요한 것 아닌가.

 ▶시미클러=사회초년생 등 주거 취약층의 수요가 아무래도 도심에 많다. 이 점을 고려하면 적절해 보인다.

 ▶하성규=아다 펑 부청장의 의견에 동의한다. 중요한 건 주거 취약층에게 값싼 공공임대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 한국은 공공임대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매우 강하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와타나베=일본에선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임대 개발에 대해선 반드시 지역 설명회와 주민 동의를 거치게 돼 있다. 이를 위해선 자치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국도 자치단체의 도움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자치단체에 인센티브 등을 주고 원하는 것을 얻어오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펑=지방의회나 지역주민,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방법밖엔 없다. 홍콩은 이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결과적으로 지원을 얻어낸다. 또 공공임대 공급 계획을 반드시 주민과 협의해 정한다

 ▶하성규=주민들이 반대의사를 표시하기 이전에 사업의 내용과 추진 절차 등을 설명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민들은 공공임대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버려야 한다. 행복주택과 같은 공공임대가 공급됨으로써 도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황정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