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냥꾼' 아이컨 … 이번 목표는 이베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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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컨

‘기업 사냥꾼’ 칼 아이컨이 이베이 경영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아이컨은 24일(현지시간) “이베이는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이사진을 해임하고 페이팔을 분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베이 주주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다.

 아이컨은 올 들어 이베이 지분 2%를 사 모았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근거로 이베이 경영진을 몰아세웠다. “페이팔을 분리해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베이 경영진은 아이컨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그러자 아이컨은 비판 강도를 높였다. 1만3000자 분량의 편지는 선전포고문이나 다름없었다. “이베이는 기업으로서 의무를 철저히 내버렸고, 이렇게 뻔뻔한 회사는 진짜 처음 본다”는 표현을 썼다. 이베이 최고경영자 존 도나호도 직접 겨냥했다. “도나호는 이사회나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데 정말 슬픈 일”이라고 했다.

 이베이는 바로 반박 성명을 냈다. “유능한 이사진을 두고 아이컨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베이와 페이팔은 앞으로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분사 요구를 일축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는 2002년 전자결제 전문회사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인수했었다. 아이컨은 ‘행동주의 투자자’를 표방한다. 기업 사냥꾼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최대주주 지분이 적어 경영권이 위태롭거나 현금 자산이 많은 회사를 주로 노렸다. 지분을 대거 사들인 뒤 경영진을 압박하고 다른 주주를 설득하는 방식을 썼다. 2006년 KT&G가 아이컨의 표적에 올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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