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택시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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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택시 강도의 범인은 거의가 지능이 낮고 불우 환경의 청소년들로 궁한 용돈을 당장 마련해보려는 동기로 우발적으로 범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무분별하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수천원의 돈을 노려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있읍니다』-.
서울 남부경찰서장 박영규 총경은 최근의 잇단 택시강도의 성격을 이렇게 분석했다.
올 들어 서울 시내에서만 20여건의「택시」강도가 발생, 운전사 1명이 칼에 찔려 숨겼다. 범인들은 대부분 10대 소년들. 25세를 넘는 경우는 1∼2건에 지나지 않고 있다. 박 서장은 범인들이 「택시」를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은 ①운전사들이 밤늦게 돈을 많이 갖고 있어 쉽게 현금을 뺏을 수 있고 ②범행 대상 물색이 간편하다는 점 ③범인들이 자기가 잘 아는 장소에서 범행을 할 수 있어 도피에 유리하고 ④운전사와 1대1이라 수법이 미숙하거나 신체가 약해도 흉기 등으로 자신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으며 ⑤범행 후 증거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이라고 했다.
「택시」강도를 저지르는 범인들은 대개 초범이기 때문에 지문 조회나 수법 대조 등에 의한 수사도 할 수 없어 검거율이 15%정도에 지나지 못하는 실정. 박 서장은 『한마디로 「택시」강도란 흘러가는 범죄여서 단서에 의한 수사가 거의 불가능해 예방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박 서장은 ▲범인들은 대부분 늦은 시간 운전사 돈주머니가 두둑해진 때를 노리므로 밤에 승객이 혼자 탈 경우 뒷좌석 운전사 바로 뒤에 타는 사람을 주의할 것(일반승객은 흔히 운전사 뒤에 안타는 것이 습성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2∼3명 떼지어 탄 후 변두리 인적이 드문 장소를 가자고 할 때 ▲승객이 승차 후 지정한 목적지를 바꾸거나 이리저리 방향을 변경할 때 ▲방범「플래쉬」나 「택시」안의 방범 등을 피하고 검문소 부근에서 『빨리 가자』고 요구할 때 ▲승차 후 말이 없고 운전사의 눈치를 보는 자 ▲주머니에 손을 넣었거나 신문지·봉투 등에 물건을 싸서 든 자 등이 승차했을 때는 일단 경계를 하라고 당부했다.
이때 운전사는 승객에게 말을 걸어 불안해하는 정도, 흥분도 등을 세심하게 살펴 이상한 예감이 들 때는 고장을 가장한 뒤 가까운 파출소나 검문소에 차를 대고 신고하거나 방범배치·택강 배치소 부근에서 헤들라이트나 비상등으로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승객 목적지를 여러 번 변경하면 통행인에게 지리를 묻는 척하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운전사들은 아무리 범인이 어리고 약해 보여도 흉기를 지녔을 가능성에 유의, 최악의 경우 목숨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침착히 범인의 요구에 따라 행동하고 범인이 지닌 남다른 특징을 기억해뒀다가 사고 후에는 재빨리 방범대원이나 파출소에 신고해야 한다.
박 서장은 『택시 강도가 대부분 초범인데다가 청소년이라는 점은 우리나라 청소년 선도가 잘못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이들이 외국과 같이 「컨테이너」강도나 고속도로 범죄로 발전할 가능성도 지녀 이들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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