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일선서장에게 들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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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의 강도·절도는 날로 군도화·조직화 경향을 띠고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20세 전후의 초범자가 눈에 띄게 늘었고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닥치는 대로 칼로 찌르고 빼앗아 달아나는 것이 유행입니다. 시민이 이들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범죄동향을 잘 알고 미리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북부경찰서장 김사정 총경의 말.
김 서장은 침입강도예방법에 대해 ▲낯모르는 사람이 찾으면 신원을 확인할 것. ▲귀금속 및 다액 현금을 집, 특히 장롱에 보관하지 말 것. ▲일단 강도가 들면 당황하지 말고 침착히 인상착의·말씨 등을 보아두고 임기응변을 취할 것 등을 권한다.
경찰에 따르면 도둑이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대상은 담이 낮은 집, 빈집, 초저녁에 불이 꺼진 집, 신발이 적고 사람출입이 적은 집, 담 밑에 쓰레기통이 붙어 있는 집, 단독가구가 들어있는 집, 지대가 낮아 집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집, 막다른 골목집, 한옥보다는 양옥 등 이라는 것
지난달 30일 서울 경찰서에 상습절도혐의로 검거된 7인 절도단 「비틀이」파의 경우 이들이 43차례에 걸쳐 침입한 집들은 한결같이 담장이 낮은 빈집들. 이들은 서울변두리를 돌며 대낮의 빈집이나 초저녁에도 인적이 드물고 불이 꺼져있는 집만을 골라 3개월 동안 「라디오」·TV·은수저 등을 5백여만원어치나 훔쳤다.
또 지난해 1월10일 하오 1시쯤 강도살인이 난 서울 성북구 장위2동68 홍규표씨(38)집도 막다른 골목길이었고 지난 1월9일 하오 2시쯤 2인조 강도가 침입, 36만원어치의 금품을 빼앗아간 서울 성북구 장위2동246 홍상씨(31)집도 밖에서 집안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곳이었다.
대낮의 침입강도는 대부분 문밖에서 일단 주인을 찾아 침입하기 위한 구실을 만들고 집안사정을 살핀다.
지난해 10월5일 영등포구 화곡동 421 전종철씨(33)의 3남매 및 가정부를 살해한 강도살인사건의 범인 최정관(29)은 가정부 이은숙양(14)에게 『「보일러」 아저씨다』라고 말해 문을 열게 했으며 지난해 3월1일 관악구 상도1동산14 홍부숙씨(46)집 강도살인사건 때도 범인은 『방범비 받으러왔다』며 방범원을 사칭했다.
김 서장은 또 귀금속과 다액 현찰을 경대서랍이나 장롱에 넣어두는 것처럼 미련한 일은 없다고 했다. 장롱은 아무리 잠겨있고 튼튼해도 안전도로 볼 때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많은 돈이나 패물은 은행에 맡기고 필요할 때 찾아 쓰도록 권했다.
귀금속도 일반은행에서 현금과 마찬가지로 맡아 「키」를 은행이 보관하는 경우와 주인이 보관하는 제도가 있으나 일반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김 서장은 특히 떼도둑이 들어왔을 때 당황해 하지 말고 조용히 빠져나갈 궁리를 하라고 강조했다. <신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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