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의 폭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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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우리경찰관의 사회적 지위가 그들의 잔혹성과 반비례한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들에 대한 시민의 존경도도 경관의 무장의 경중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무장하지 않은 경찰이 영국의 경찰관이다. 그들은 외국공관 경비 때 이외에는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다. 사격훈련도 20명에 한 명꼴로 밖에 받지 않는다.
그들의 무기란 호각과 야경봉이 있을 뿐, 그나마 야경봉도 감추고 다닌다. 수갑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런「보비」들에 대한 존경도는 매우 높다. 그들의 대우가 높기 때문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공손하기 때문이다.
영국 다음으로는 서독경찰관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 고위경찰관의 월급은 외교관이나 교수에 떨어지지 않는다.
서독정부는 전후에 경관의 무장해제를 고려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최루탄 장갑차 수류탄 등 온갖 화기를 지급 받고 있다.
그것을 보면 경관과 시민과의 관계는 꼭 무기의 경중에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령「이탈리아」의 경관은 권총도 지급 받지만 주로 야경봉만을 휴대하고 다닌다고 그래도 그들은 시민들의 경멸을 많이 받고 있다고 까닭은 단순하다고 그들 중 대부분이 남부농촌출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중졸정도의 교육밖에 못 받고 있다. 북부의 시민들로부터 경관의 폭력행사가 비난받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묘한 것은「프랑스」의 경관이다. 서구에서 가장 잔혹할지도 모른다는 정평이 붙은「프랑스」경관의 무기도 야경봉 뿐이다. 때로 권총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당방위용이다.
그러나 시민들에 대한 불법수색이며 연행은 흔히 있는 일이다. 손찌검도 예외는 아니다. 이래서「프랑스」경관의 사회적 지위는 서구에서는 최하위라 여겨지고 있다.
「프랑스」의 어린이는 자기 아버지가 경관이라고 떳떳이 말하지를 못한다.
그런 점에서 서독의 경관과는 크게 대조가 된다. 그것은 시민에 대한 봉사성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가령「뮌헨」의 경관은「데모」대열 속에도 끼어「데모」대원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고「베를린」의 경찰이 해마다 주최하는 체육대회는 시민들의 대환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연이어 일어난 경찰관의 폭력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0일쯤 전에 통금에 걸린 한 시민이 말대꾸한다고 파출소 경관들이 뭇매질을 하여 소장파열케 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일에도 또 무임승차를 했다 하여 순경 3명이 한 취객에게 뭇매를 가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경관의 무장은 서구의 경관들에 비겨 가벼운 편이다. 장전되어 있지 않으니까 권총은 있으나마나, 그저 야경봉 뿐이다.
그러나 경찰의 폭력은 무기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 딱한 것은 경찰의 폭력을 막는 길이 차차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관의 사회적 지위가 날로 떨어지는 것도 자승자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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