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미 대통령의 연두 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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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포드」 미 대통령은 15일 미국 의회 상하 의원 합동 회의에서 국정 전반에 관한 보고와 아울러 필요한 입법 조치를 권고하는 연두 교서를 발표했다. 이 교서는 「포드」 대통령이 정권을 담당한 후 처음 발표한 교서로서 그 내용의 대부분은 국내 경제 정책에 관한 것이지만, 대외 정책에 대해서도 주목할만한 언급을 하고 있다.
경제 정책면에서 실업 구제·소득과 생산의 증대·재정 지출 억제·「에너지」의 자급 달성 등을 강조하고, 특히 1백60억「달러」의 소득세 감면 등을 축으로 한 경기 활성책을 천명했다.
이는 미국이 직면한 경제면에서의 어려움을 반영한 것으로 그 극복을 위한 「포드」 행정부의 만만치 않은 결의를 보여주고 있다.
또 이러한 국내 정책 치중의 교서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정치 중심이 점차 내정 지향적 경향을 띠면서 의원 감축, 또는 개입 축소로 나타나고 있는데 그것을 심화시킬 조짐을 더욱 뚜렷이 했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의 군·경제·조를 크게 기대하고 있는 수원국들의 입장에서는 이점은 특히 중대한 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포드」 대통령은 국내 문제 때문에 국제 문제를 외면하는 호립주의 경향에 대해서는 경고를 잊지 않고 있다. 국제 문제에 있어서는 한·일 지도자들과의 정상 회담이 공통의 시련에 대처함에 공헌했음을 강조했고, 공산국과는 계속 공존을 모색하되 그 도전에는 단호히 대처하기 위한 군사력을 유지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는 힘·동맹국과의 제휴·협상 등 3대 요소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부동적 세계 전략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치·경제·군사·외교할 것 없이 미국이 지금까지 수행하여 온 세계간 평화 유지의 역할을 국내 문제 때문에 지나치게 후퇴시킨다는 것은 새로운 불안과 위험을 조성하는 것이 될 것이며, 이런 뜻에서 전기한 「힘의 중요성」을 역설한 그의 교서는 환영할만한 것이다.
또 미국의 안전이나 미국민의 생활은 미국의 국제 협조와 연결 돼 있기 때문에 세계 평화유지를 위한 미국의 협조적 역할은 더욱 증대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포드」 대통령이 이 교서 안에서 표명한 정책들은 국내 정책·대외 정책 할 것 없이 그 모두가 미국회의 향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은 당연히 미 국회에 쏠릴 수밖에 없다.
「포드」 대통령은 그가 처음으로 대통령직을 승계 했을 때 의회와 정부와의 대화를 강조했던 것인데 이러한 기류와는 달리 이번 교서에서는 「전쟁 수행권 제한」 등 의회의 제약에 대해 불만의 뜻을 표명하고, 어느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을 다시 요구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거의 통할 수 없을 만큼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의회 때문에 「포드」 대통령은 그 내외 정책의 전개에 있어서 신축성과 유연성을 상실하게 될 우려가 짙기 때문이다. 그의 이 같은 요청에 대해 앞으로 미 의회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하는 동향이 또한 주목거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가을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참패한 이견의 하나는 「인플레」 대책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경제적 요인이 작용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다가 76년은 미 건국 2백주년인 동시에 또 대통령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포드」 대통령이 언급한 경제 문제를 비롯해서 석유 위기, 중동 문제, 미·소 통상 협정의 폐기, 악화된 월남 문제 등 긴박한 국제문제의 해결 여부는 미국의 영광 및 안전과 세계 평화와도 연관되는 것이지만, 다가올 76년의 대통령 선거와 더불어 「포드」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도 직결 돼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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