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암운은 걷힐 것인가|전문가들이 보는 새해 국내외 경제의 향방|국내 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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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영진 부장=작년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정말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한데 일부에서는 올해의 경기 형편이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불길한 예보를 하고 있습니다. 김 부회장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경제 외적인 가변 요인이 많아서 기상도처럼 확연히 들여다보기는 어렵지만….
▲김종대 부회장=한국 경제를 전망하자면 우선 세계 경제부터 진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GNP (국민총생산)의 무역 의존도가 70·6%에 이른 형편이니까 주요 교역 상대의 경기 여하에 따라 우리 좌표도 달라지게 마련이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이자 원자재 공급원인 미·일·EEC (구공시) 제국의 경기전망이 그다지 밝지 못해요.
따라서 이와 같은 선에서 추적한다면, 다시 말해서 한국 경제를 선진국 경제의 종속 함수로 파악하고 선진국의 올해 경기 전망이 극히 비관적이라고 판단한다면, 점괘는 아주 불길하게 나오고 맙니다.
▲현=다른 각도에서 관찰할 경우에는 희망적인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뜻입니까.

<선진국 경기 극히 비관적>
▲김=적어도 이 정도의 희망은 가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미국·서독·일본 등 세계 경제의 진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국가에서 최근 경기 회복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만큼 올 하반기께부터는 뭔가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하는 점입니다.
선진국 그룹에서의 이와 같은 경기 대책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면 그 온기는 4∼6개월, 어떤 분들은 2∼3개월이라고도 합디다만, 어쨌든 그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 나라 경제에도 파급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올 3·4분기께부터 한국도 침체를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점괘가 가능해집니다.
▲현=그와 같은 낙관론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게 아닐까요.
낙관론의 근거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우리 상품의 수출증가를 가져오고 그 결과 73년형 「붐」이 재래한다는 것으로 집약되는데 그러한 패턴의 「붐」이 과연 소망스러운 일인가 하는 점입니다.
예컨대 올해 만해도 수출 60억 「달러」에 수입 78억「달러」로 무역 적자가 18억「달러」를 계상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의 논리는 60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하기 위해 78억「달러」의 수입을 해야겠다는 얘기와 상통합니다.
이를테면 이것이 바로 지금껏 이론의 여지가 없는 신화라고 여겨왔던 수출입국의 실상이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산업 구조, 특히 수출 산업의 구조가 개편되어 이른바 수입 경직 현상을 탈피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수출 산업 구조 개편 시급>
▲김=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그것은 진작부터 나의 지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 부존 자원의 개발을 적극화해야 합니다.
예컨대 식량 자급율 68·2%만 놓고 보더라도 작년에 나머지 31·8%를 채우느라고 쓴 돈이 거의 7억 달러나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 나라 수출의 68%가 경공업 제품입니다.
7억 달러 어치의 외곡을 들여오느라고 개당 10센트짜리 속눈썹이나, 몇 달러짜리 스웨터, 가발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기막힌 노릇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원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정책 당국에서도 그 나름의 어려움이야 있겠지만 이와 같은 점은 차제에 고쳐야하리라고 믿습니다.
▲현=부존 자원 개발의 적극화는 현재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실업자 구제에도 상당한 도움을 주겠지요. 경기 전망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올해 고용 동태는 어떻게 변할 것 같습니까.

<투자 효과 큰 취로 사업을>
▲김=정부가 짜놓은 올해 본 예산 1조2천9백20억원 가운데 재정 투융자가 27·6%, 그리고 사용 목적으로 봐서 취로 대책비라 할 수 있는 것이 약 1천억원쯤 됩니다.
한데 얼마 전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가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돈으로 정부 부문에서 약 18만명을 취로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적어도 18만명의 실업자가 예상된다는 얘기와도 통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자금이 단순히 구호비적인 용도로만 살포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기왕이면 투자 유발 효과도 크고 장차 「보틀네크」로 등장할 사회 간접 자본 형성에도 도움이 되는 그와 같은 방면에 사용되었으면 합니다.
▲현=고용 수준의 저하가 이미 필연적인데 다가 인플레 역시 필연적인 추세지 않습니까.
결국 이 모든 주름살이 최종적으로는 가계에 가서 몰리게 마련인데 서민들이 무슨 수로 이 난경을 넘어야할지…무슨 묘안이라도 없을까요.
▲김=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플레 지속은 이미 시위 떠나 화살인 것 같습니다.
우선 본 예산이 작년도의 그것보다 52·3%나 팽창했고 올해의 통화량 증가도 35%선이거든요. 게다가 정부는 재정 사이드의 지출을 상반기에 집중시키겠다고 진작부터 공언해 왔습니다.
이상의 여건과 기타 예측 가능한 몇 가지 사항에 비춰 볼 때 올해 물가 상승율은 30%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방금 묘안을 물었지만 어디 그런게 있겠어요 (실소). 그저 내핍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적자 이기는 길은 내핍뿐>
▲현=내핍할 건더기가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래야겠습니다만 한은 발표에 의하면 작년도 2·4분기 현재 도시 근로자 가구가 평균 가족 5·2명인데 월수입이 5만9백90원에 이리저리 다 쓰고도 4천2백70원이 남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그 동안 월급이 올랐을 리는 없는데 반해 지출은 12·7조치 이후 분만 감안해도 10% 이상 늘었을 테니까 이미 적자 가계가 시작된 셈이 아닙니까.
▲김=그 점은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닥쳐 올 파도가 이미 지나온 것이나 현재 겪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거세다는 사실에 있어요.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기업·정부가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는 의식,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 굳은 단결과 인고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파렴치한 천민적 치부의 병리도 일소되어야겠지요.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담>
김종대 씨 <대한상의 부회장>
현영진 씨 <본사 경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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