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바수술 이야기]20. 더 완벽하게, 더 간단하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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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내가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동안 아이들은 자라고, 학교를 졸업하고, 커서 어른이 됐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두 아이가 모두 모든 학교를 졸업할 동안 나는 한 번도 입학식이나 졸업식 근처에도 가 본 적이 없다. 방학 때 모처럼 예약한 여행도 직전에 취소하기가 일쑤였다.

'아빠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병원 일을 최우선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이 직업을 선택한 아빠의 숙명이다' 이렇게 나는 가족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고맙게도 가족들은 이런 나의 입장을 이해해 줬다. 하지만 가족들이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을 수 없는 나의 모습에 서운한 적이 많았을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느긋하고 즐거운 저녁 시간, 제법 어른스러워진 아이들과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설레이는 여행길. 내 나름은 최선을 다해 이런 시간들을 지키고자 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누리기보다는 포기했던 기억이 더 많다. 당일 출발 예정이었던 여행을 취소시키고 응급 환자 수술을 위해 새벽에 뛰어내려와 시동을 걸었을 때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뒤로 하고 나는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었던 걸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엇 하나가 달성되면 '이제 됐다, 완성이다'라며 앉아서 쉴 틈도 없이 나는 또 다음 과제를 찾아 나서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많은 고개들을 넘으면서 한 번쯤 어딘가에서는 좀 쉬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나의 산봉우리를 올랐다 싶으면, 다음 순간 나는 다음 산봉우리를 향해 뛰고 있었다.

1997년, Song’s creative ring을 사용한 첫 대동맥 판막 성형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마음은 더욱 바빠졌다. 이미 수술 결과는 그 자체로 인공 판막 치환술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환자는 빠르게 회복했고, 퇴원 후에는 별다른 약 복용 없이 일상생활을 해 나가기 시작했다. 수술 시간은 짧았고, 술기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이 방식이 앞으로 인공판막치환술을 충분히 대체해 나가리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내 머릿속은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생각으로 바빴다. 그때 내 머릿속에 있던 과제는 두 가지였다. 최선의 결과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한 가장 완벽에 가깝게 술기를 다듬는 일, 그리고 어떤 심장외과 의사든지 배워서 할 수 있도록 술기를 쉽고 간단하게 정리하는 일이었다.

나는 수술 과정을 돌이켜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손을 놀려야 0.1초라도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 수술 전에 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연구했다. 첫 환자의 성공적인 결과에서 나는 더욱 자신감을 얻어, 대동맥 판막 성형술을 원하는 환자들에게는 같은 방식으로 수술을 했고, 수술을 거듭하면서 프로토콜을 다듬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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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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