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못 따르는 미 수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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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풍요하고 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일수록 범죄행위는 날로 늘고 또 그 행위가 교묘하기 짝이 없으며 새로운 종류의 범죄형태가 나타난다.
고도산업사회 미국이 새로이 당면한 위기감의 하나가 범죄와의 대결에서 법이 점점 무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윌리엄·색스비」 미 법무장관은 『우리는 범죄와의 싸움에서 점점 힘을 잃고있다』고 우울하게 말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통계에 따르면 1960년에서 1973년까지 범죄건수는 158%가 증가하여 연간 8백60만건.
살인이 116%, 강간이 199%, 강도행위가 256%, 자동차절도가 183%, 그리고 사람들을 가장 전율시키는 폭력범죄가 204%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74년 전반 6개월의 통계는 이미 지난해 동기보다 16%가 증가하여 범죄건수는 연간 1천10만건에 다다를 전망.
그런데 이러한 숫자는 어디까지나 수사당국의 공식수사 결과이고 수사당국의 손이 미치지 않는 사건은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MIT 연구반은 미국에서의 피살율이 너무 높기 때문에 『74년 미국도시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들은 미국 병사들이 2차 대전에서 전투하다 죽어야만 했던 전사자 이상으로 살인에 의해서 죽게 될 것』이라고 배부른 사회이면의 공허하고 무시무시한 면을 날카롭게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범죄행위에 맞서는 정부의 노력은 60년에 35억「달러」를 투입했는데 74년엔 1백46억「달러」를 쏟아 넣어도 조금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수사 당국자들은 걱정하고 있다.
수사 당국자들의 또 다른 고민은 어떤 사람을 범인의 용의자로 체포한다고 해서 그가 반드시 감옥소로 들어간다는 인과응보 식의 논리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
다시 말하면 법이 범죄에의 유혹을 저지시키는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다 청소년의 범죄가 최근 10년 동안 그야말로 눈부신 신장율을 보였는데 이에 대해서 수사관들은 거의 속수무책인 지경.
FBI의 수감자 통계를 보면 이 사실이 아주 뚜렷하다. 즉 60년에 전 미국수감자 수는 21만2천9백53명인데 61년에 22만1백49명으로 절정을 맞았는가 하면 70년에는 범죄건수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수감자수는 오히려 뚝 떨어져 19만6천4백29명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저명한 한 헌법학자는 『형법제도가 범죄의 희생자들을 완전히 무시하고있다』고 비난한다.
고도산업사회답게 미국인의 연간 범죄 비용은 미 국민 1인당 연간 20만원(4백20달러)가량이라니 최근 미 국민의 관심이 실업과 「인플레」보다 범죄에 더 관심을 쏟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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