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태호 37도씨에듀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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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전형에서 수능시험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중하위권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도 높아진다”고 말하는 이태호 대표.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이 얼마 전 서울대 의대 정시에 불합격해 화제가 됐다. 이 학생이 떨어진 이유는 구술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더 이상 이런 학생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서울대가 발표한 2015학년도 정시모집 전형 기준에 따르면 정시는 100% 수능 점수로 학생을 선발한다. 서울대 외 주요 대학도비슷하다. 서강대·성균관대 등 많은 대학이 정시에선 수능 점수만으로 학생을 뽑는다. 수능만 잘 보면 면접·학생부 점수와 상관없이 합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능 중심으로의 회귀. 이러한 현상을 예견한 이가 있다. 교육기업 ‘37도씨에듀’의 이태호 대표다.

이 대표는 강의할 때마다 100명 이상의 학생이 몰릴 정도로 인기 있는 수학강사다. 한 번에 100명이 넘는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수학강사는 전국 학원에서 찾아보기 드물다. 이 대표의 수강생 중 20~30%가 2014학년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신입생이 됐다. 2015학년도 대입 정시 전형이 수능 비중 확대로 바뀐 것과 관련, 이 대표는 “변경된 것이 아니다. 대입은 언제나 수능 중심이었다”며 “그럴수록 수학의 중요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수학을 포기한 학생, 이른바 ‘수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대입에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을 이 대표에게 물었다.

-2015학년도 대입 정시가 수능 중심 전형으로 단순화됐다. 상위권 학생에게 유리해지는 것인가.

“대입은 항상 수능 중심으로 이뤄졌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대학을 결정 짓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대안이 등장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시 역시 수능 고득점자에게 유리한 제도인 것을 알 수 있다. 수시는 내신과 면접으로만 학생을 뽑지 않는다. ‘수능최저등급’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수시 지원자 역시 수능 고득점을 요구한다. 수시에서 우선선발된 학생 중 수능최저등급 기준 미달로 불합격한 학생이 많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수능을 잘 본 학생이 대학에 갈 확률이 높았고, 특목고와 서울 강남지역 고교 출신 최상위권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이 밖의 학교들은 수능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것으로 판단, 자기 학교 학생들을 수시 전형으로 내몰곤 했다. 일반고에서 중상위권 내신을 받은 학생들은 수능을 소홀히 해 명문대에 도전조차 못했던 것이다.”

-수능 중심 입시가 중하위권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뜻인가.

“수능 중심이 되면 특목고 출신, 상위권 학생들만 명문대에 갈 거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도 명문대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진다. 내신이나 면접에 상관없이 수능 하나만 공략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경우 특목고 학생에 비해 내신 관리가 유리하다. 내신과 수능을 다 잡을 기회를 얻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적이 좋지 않았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수능만 제대로 준비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해법은 바로 수학에 있다.”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어느 신문이 전국 고교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수학공부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공부를 안 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단순한 원리를 말해주곤 한다. “하기 싫은 것을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문과생의 경우 대부분 수학을 싫어하고 포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문과생은 수학 점수를 조금만 올려도 대학에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과생은 수학을 못하면 아예 대학에 갈 수 없다. 문과생이든 이과생이든 수학이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남들이 싫어하는 것, 하기 힘든 것을 해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간단한 진리만 깨우치면 된다.”

-수학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수학은 과외가 소용없는 과목이다. 1:1이나 2~3명이 소수정예로 과외를 받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과외 선생과 친해지면 딴짓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 100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하다 보니 학부모들에게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다. 학생 100명이 모여있는데 혼자 떠드는 학생은 없다. 교실에 늦게 들어가면 100명의 시선이 쏠리기 때문에 지각할 수도 없다. 대규모 수업이 과외보다 집중력이 높은 이유다. 수학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큰돈 들여 과외를 할 필요가 없다. 고교 수학 전과정의 강의를 담은 태블릿 ‘37도씨탭’을 개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달에 적게는 수십 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수학의 사교육비를 동영상 강의를 통해 조금이라도 줄여보고 싶었다. 37도씨탭으로 공부한 뒤 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오른 학생을 종종 만난다. 동영상 강의를 보다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다는 점을 잘 활용한 학생들이다. 수학을 포기했던 학생들이 37도씨탭으로 수학을 정복하는 모습을 보면 성적 향상의 원천은 비싼 과외가 아니라 학생의 열정과 의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도희 기자 toy@joongang.co.kr 사진="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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