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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 꿈틀? 다시 보자 물가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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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보통 물가가 오른다는 건 나쁜 뉴스다. 가계 입장에선 지갑이 예전보다 얇아지고, 기업들은 투자 비용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2.3%다. 지난해(1.3%)보다 1%포인트 높은 수치다. 기상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의 급등, 정치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증권업계에선 “도시가스 등 10여 가지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올해 물가상승률이 2% 후반대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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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물가가 오를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상품이 있다. 바로 물가에 따라 수익률이 변동되는 물가연동국채(물가채)다. 물가가 올라가면 수익률이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엔 낮아지는 식이다. 대신 보장금리(표면금리)는 연 1.125%(1월 기준)로 일반 국채보다 낮다. 예를 들어 표면금리가 연 1.125%고 그해 물가상승률이 3%라면 채권을 가진 사람은 연 4.125%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만기(10년)까지 보유할 경우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난달 물가채 거래액은 1조1263억원으로 지난해 12월(1427억원)의 8배로 늘었다. 발행액 역시 15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오를 거라는 데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물가채는 절세 측면에서도 매력이 있다. 물가채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수익을 올린 부분에 대해선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다만 정부는 내년부터 발행되는 물가채는 물가상승분에 대해서도 과세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올해까지 발행되는 물가채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분리과세도 장점이다. 물가채에서 얻은 이자소득은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이유다. 임동욱 신영증권 대치센터 영업2팀장은 “금융자산이 10억~20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들에겐 포트폴리오 다양화와 절세를 위해 물가채를 분할 매수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KB투자증권 김성노 연구원은 “과거 물가상승률이 연 2~4% 범위 안에서 움직였던 2003년, 2005~2007년, 2009~2010년에 주식시장도 좋은 성과를 냈다”며 “올해 물가상승은 금융위기로 폭락했던 원자재와 상품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물가채를 사는 방법은 두 가지다. 대신증권 등 국고채 입찰대행서비스를 하는 증권사를 방문하거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 최소투자금액은 10만원이다. 물가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에 돈을 넣는 것도 방법이다. ‘이스트스프링물가따라잡기’ 펀드는 최근 한 달 새 1.08%의 수익을 올렸다.

 물가채는 일반 국채보다 변동성이 큰 만큼 거시 경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고 투자해야 한다.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일반 국채를 샀을 때보다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말 글로벌 경기가 회복될 거란 기대가 커지면서 물가채의 인기가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1.3%에 그치며 ‘찬밥’ 신세가 됐다. 신영증권 임동욱 팀장은 “물가채를 사기 전 증권사 PB 등을 만나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경제성장률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리고 원화 강세로 수입물가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낮아질 수 있다(‘최근 저물가 지속의 배경과 향후 전망’ 보고서)”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거래량이 적어 매매가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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