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열병 앓는 프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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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리=주섭일 특파원】『「를릉」 체신상은 바보 머저리, 「지스카르」 대통령이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엉덩이를 패 줄 테야』-. 이는 「파리」 거리들을 누비는 파업 노동자들의 노래. 이들의 모습은 투쟁적이라기보다는 장난기가 섞여있다. 단 한 개의 돌팔매도 날지 않고 경찰은 호의를 잘도 해준다. 우편 전신 전화국의 「스트라이크」가 시작된지 23일로 한 달이 넘었지만 그 누구도 언제 끝날지 예측을 못하고 편지 한장 받아보지 못하는 답답한 나날이 이어진다. 지난달 19일 「파리」 「부르네」 분류 「센터」에서 시작된 파업은 이제 노동조합의 총파업으로 번져 「지스카르」 대통령의 「프랑스」 정부는 집권 수개월만에 가장 큰 정치 위기에 직면했다.
인건비가 비싸 신문 배달을 비롯, 은행거래·상거래·세금부과·납부·「개스」 전기세 및 집세까지도 우편을 이용하는 이곳에서 이번 우편 파업은 완전히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셈. 금융기관은 우편을 이용하는 외국 거래가 두절. 외국으로부터 송금내도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는가 하면 지방은 교환이 「올·스톱」.
봉급을 우체국에서 수표로 타는 등 우편 당좌 예금 구좌의 이용도가 극히 높은 조직으로 인해 일반이 자기 구좌의 돈을 내 쓸 수도 없고 봉급마저 받지 못하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으며 우편으로 알려주던 은행 예금 결산표가 배달되지 않아 부도가 속출되고 있다.
3개월간의 긴 「바캉스」가 지난 후 9월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곳의 상거래는 「크리스마스」까지 한탕 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는데 모든 무역 회사들이 금년 경기를 파업 때문에 놓치게 되었다고 울상이다.
또 소비자가 주문하려해도 불가능. 기자가 본사의 지시로 주문키 위해 편지를 써들고 4박km나 떨어진 「낭트」까지 직접 가서 돈을 지불하고서야 물건을 살 수 있을 정도.
우편 부재는 청춘남녀의 유일한 특권마저 빼앗아갔다고 「니콜」이라는 「파리」 대학생이 푸념했다. 최초의 사랑은 편지로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없어져「찬스」를 잃게 되었다는 「니콜」양은 군복무중인 애인과 교신키 위해 전화를 1주일에 한번씩 하느라 용돈을 다 써버렸다고.
이번 파업은 「파리」 「부르네」 분류 「센터」의 일부 극좌파가 시작했지만 현재 「프랑스」 최대의 불 노동 총 연맹 (공산주의계)과 불 노동 전국 연맹 (사회주의계)이 주도하며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75년도에 토의키로 경부가 결정한 실직자에 대한 연금율 1차로 금년 예산안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하자 『「지스카르」는 현 경제 및 사회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 「드골」을 초야에 묻어버린 68년 혁명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쉬라크」 수상은 공산·사회 양당이 배후 조종해서 노사 문제를 정치 문제로 확대했다고 맹렬히 비난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정부·노조의 대결상에서 지난 14일의 파업은 지극히 험악한 사태로 발전, 희극적인 요소를 완전히 없앴다. 이날 경찰은 전국의 주요 우편 시설을 모두 접수 한 것이다. 책상 등으로「바리케이드」를 치고 농성 중이던 파업 노동자들은 순순히 물러났으나 정부·조합간의 대결은 더욱 날카로워 지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군대의 공문·「왁친」·혈청·항생제·봉급 송금 등 병참 운송이 안 된다는 점. 그래서 우편 하사관이 동이 날 정도로 총 동원, 분류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군 우편 중 긴급한 것은 각 지구 헌병대가 받기로 하는 긴급조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리」 지하에 비밀 분류 「센터」를 설치. 긴급 군품을 취급하는 사실을 탐지한 파업 노동자가 한밤중에 휘발유 통으로 무장해서 침입, 몽땅 불살라버렸다.
바로 이것이 전 우편 「센터」를 경찰이 접수하게 된 이유인데 이로 인해 조합 측은 『파업할 자유를 명시한 헌법을 정부가 박탈했다』며, 15일에는 「파리」에서만도 20여만명 이상의 「데모」를 벌었다. 「텔렉스·센터」에는 한달째 『깎기를 극복 못하는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페인트」 글씨가 벽에 씌어 있다.
『나는 이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를롱」 체신상은 한달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이다가 지쳐 자빠졌고 「쉬라크」 수상도 『정말 이제는 더 못 참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레옹」 중소기업 연맹 회장은 『이대로 11월말까지 간다면 전 업체가 지불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정부의 무능을 비난하는가 하면 「프랑스」의 업주 연맹 협의회는『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우편 전신 전화국에 대해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르겠다. 전국의 기업은 이제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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