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전쟁 터지자 살아난 투자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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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습 개시 소식은 국내외 금융.원자재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주가가 급등하고 원화환율과 금리가 하락하는 등 트리플 강세가 나타났으며, 일본.대만 주가도 큰폭으로 올랐고 유가와 금(金) 등 실물 가격은 하락했다.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다 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6.68포인트(4.92%) 오른 568.46으로 마감해 보름 만에 56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2.37포인트(6.44%) 상승한 39.14를 기록했다. 개장 초반 주식을 팔았던 외국인들은 개전(開戰) 이후 적극적인 매입에 나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를 둘러싼 커다란 불확실성 중 하나가 해소된 것이 투자심리를 살아나게 했다"며 "다만 북핵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데다 전황이 갑자기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환율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상승세를 보이며 달러당 1천2백64원까지 치솟던 원화 환율은 전쟁이 발발하자 달러를 팔자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날보다 10.8원 떨어진 달러당 1천2백46원으로 마감됐다.

막상 전쟁이 터지자 그동안 달러를 움켜쥐고 있던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섰으며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 매입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도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채권시장에서 주된 지표로 쓰이는 국고채 3년물 유통수익률은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4.82%에 거래를 마쳤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로 사용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도 연 4.91%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내렸다.

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1.79%, 대만 타이베이 증시의 가권지수가 1.86% 오르는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주가도 일제히 올랐다.

국제 유가도 이라크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란 기대감에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의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의 가격은 전쟁이 터진 지 두 시간여 뒤에 배럴당 28.13달러로 전날 정규시장 종가보다 1.75달러 하락했다.

WTI 4월물은 전날 정규시장에서 배럴당 1.79달러 하락한 29.88달러로 마감돼 2개월 만에 배럴당 3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아시아 시장의 금값은 이날 오후 온스당 3백33.55달러(현물가격 기준)에 거래돼 전날보다 2.9달러 떨어졌다. 금값은 특히 개전 직후 한때 전날보다 4.7달러나 떨어진 3백31.75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뉴욕 상품거래소 4월물 금 선물 가격도 시간외 전자거래에서 전날 폐장 무렵 시세보다 온스당 4.40달러(1.3%)가 내린 331.80달러를 나타냈다.

서경호.주정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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