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 대남 침투에 또다른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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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괴는 지상 및 해상을 통한 대남 침투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엔 땅굴을 파고 침투를 시도했음이 지난 15일 발각됐다. 마치 땅굴을 파고 남의 집을 안에 불쑥 들어서려는 시도이었다. 15일 상오 7시35분쯤 수색 중이던 우리측 민정경찰대는 땅위의 이상한 구멍에서 김이 무럭무럭 솟아 오르는 것을 발견한 것.
감시소조장 구정서 중사는 처음 발견한 한 조원이 초겨울에 『보통 있는 일이다』라며 그대로 스치고 지나치려 한 것을 아무래도 수상쩍어 둘이서 땅 밑을 파보는 순간 북괴감시초소로부터 빗발 같은 기관총사격을 받고서야 땅굴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 구 중사는 월남전에서 실전경험을 쌓은 감각과 전투경험으로「땅굴」을 그대로 넘기지 않았다.
적의 사격을 받고 우리측도 응사, 이날 상오 9시20분까지 1시간15분 동안 올 들어 처음으로 일대 총격전을 벌였다.
지하「터널」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1천l백m, 아군 감시초소로부터는 불과 9백m거리에 이르는 가까운 지점까지 구축돼 있었다.
교전직후 우리 민정대는 다시 탐사작업에 나서 지하「터널」은「콘크리트」로 완벽하게 구축, 지프에서 30m아래까지 파놓아 허리를 약간 구부리면 자유로이 들락날락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땅굴의 폭은 1백90cm, 높이는 1백20cm 남방한계선 쪽에서 본「땅굴」의 출구는 풀로 가려져 있어 얼핏보아서는 무슨 탄흔의 구덩이 같았다는 것.
그러나「터널」은 시간당 3만명의 병력이「터널」을 따라 들어가며 침투할 수 있게 돼있어「터널」의「코스」가 북괴초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위치돼있고 아군초소를 용이하게 볼 수 있게 파놓았다.
중간 중간에는「시멘트」로 된 배수구가 설치돼 있으며, 통로 밑바닥은 흙을 실어 나를 수 있는「레일」만 갖춰져 있는 맨땅이나 천장과 벽은 모두「콘크리트」조립식으로 구축해놓았다. 병력투입 때 필요하게끔 요소 요소마다「인터체인지」가 가설, 잠시 휴식할 수 있게 휴게실까지 마련돼있다.
아군 초소가 쉽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지점엔「페인트」로「보임」이라고「콘크리트」에 적혀 있었고 남방한계선 쪽 출구 못 미쳐에는「74년9월6일」이라고 적혀있어 적어도 이 남침 땅굴이 수개월 전부터 착착 진행돼 왔음을 보여주었다.
발견 후 아군은 지하「터널」요소 요소를 파헤쳐 본 결과 총격한 후 도망친 적으로부터 조립식「콘크리트·터널」구축에 사용됐던「레일」을 비롯, 삽·곡괭이·「다이너마이트」·흙차·장갑 등 먹다 남은 죽을 노획했다.
지하「터널」밑에는 흙을 파내 옮기는「레일」이 깔려있었다.
폭1백20㎝의 굴은 완전 무장한 장정3명이 한꺼번에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규모. 그들이 땅굴에 들어서서 우리 쪽에 있는 출구에 나오면 남방한계선까지는 최단거리가 불과 9백m 지점이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저들은 하루아침에「땅굴작전」을 통해 우리 경계선의 바로 문턱마저 기습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한 셈이다.
「유엔」군 당국은 이 같은 북괴의 땅굴이 전 전선에 걸쳐 얼마나 많이 설치되어있는지 알 수 없으나 이번 발견된 것 이외에도 몇 개의 땅굴을 곧 발견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이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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