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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우정·신의 … 동아시아 안정 위해 한·중·일 감성적 공감 필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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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천 총장은 지난 7일 과거사를 부정하는 일본 정치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초청 강연장에서다.

 ‘동아시아를 위한 계몽적 가치와 시민적 합의(Enlightened Values and Civil Consensus for East Asia)’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그는 “반문명적 유산을 부활시키려는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의 집요함은 동아시아의 많은 교양 시민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자학’으로 여기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오 총장 강연의 요지.
 
 동아시아의 안정을 해치는 과잉민족주의적 조류와 이로 인한 갈등이 가까운 미래에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문제의 원인은 이웃 나라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결부된 과거 역사 문제를 진정으로 반성하고 이를 현재와 미래의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문명사회의 보편적 가치관과 이에 대한 실행 방안을 동아시아 역사 안에서 찾고 확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과거에 대한 반성과 단절이 이뤄져야 한다. 독일은 2차 대전 뒤 폴란드나 체코와의 국경 설정 때 옛 프로이센의 영토를 포기하면서까지 이웃 나라들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감성적 신뢰를 쌓았다. 이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의 주변국의 협조와 유럽 평화 구축으로 이어졌다.

 동아시아에서 인권·정의·평화 등의 계몽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사랑·우정·신의 등의 감성적 요소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감성적 공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한국·일본·중국 시민의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2년에 수행된 서울·베이징·도쿄 시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이 세 도시의 시민은 공통적으로 삶에 대한 위험성이 커진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서구의 모방에서 벗어나 정체성 있는 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등 ‘삶의 질’ 향상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또 동아시아 중산층 시민은 공익을 중시하는 유교적 실천 규범을 중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소통 문화를 존중한다. 이러한 가치관은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세계의 정치·경제 질서에 기여하는 미래로 전진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연결된다.

 동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이제 유교 자본주의나 아시아적 가치를 설명하고 합리화하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대신 우리는 동아시아를 포함한 전체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급속한 글로벌 시장경제의 전개와 기술 혁신으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 앞에서 삶의 안전을 어떻게 증진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새로운 시대의 구축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류 번영의 조건을 다시 깊게 헤아리는 계몽적 가치의 탐색은 필수적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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