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개헌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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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개헌추진투쟁은 1일 의원총회를 기해 제2단계로 접어들었다. 개헌기초심의특위구성결의안 등 정치의안 심의 시한이 넘자마자 국회는 야당의 상임위불참방침에 부닥쳐 당분간 공전하게 된 것이다.

<2단계 접어든 개헌투쟁>
신민당의 게2단계 투쟁방법은 상임위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원내총무 선을 통한 절충을 꾀해본다는 것. 2단계 기간은 약10일정도. 그 동안 신민당은 대여절충을 꾀하는 한편 개헌추진을 위한 원외활동을 준비할 계획이다.
원외활동을 위한 유예기간 10일 안에 여당 측으로부터 밝은 반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유예기간은 당내 외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으로 내놓아진 것 같다. 당 외로는 야당이 원내투쟁에 인내를 가지고 성의를 다했다는 명분을 만들고, 당내에선 원외투쟁에 회의하는 사람들의 견제명분을 없애기 위해서란 얘기.
신민당 안에는 개헌만이 당의 목표처럼 된 현실에 회의하는 사람, 상임위불참이 능사냐고 불만인 사람으로부터 개헌을 위해선 의원직을 내놓고 투쟁해야 한다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갈래의 생각이 있다. 또 복잡한 시국관은 파벌의 이해 및 상호견제심리와 엇갈려 가닥을 잡기 어려운 실정. 그 때문에 오히려 김영삼 총재 및 당 지도부의 지도노선이 불만 속에서나마 대세로 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년 3, 4월을「피크」로 봐>
상임위불참 안은 김영삼 총재의 제안이 그대로 당직자 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채택된 것.
김 총재가 며칠동안 원내총무 단 및 주요 당직자들과 개별적인 의논이 있었기 때문에 당직자회의에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었다.
다만 이중재 정책심의회 의장이『개헌문제는 내년3, 4월이「피크」를 이룰 것으로 전망되니 이에 대비하는 장기대책과 관련시켜 단기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했고, 김수한 인권옹호위원장은『기다려보나마나 여당입장이 뻔할 터인데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는 것.『여당이 특위구성 안을 들어주더라도 내년 2월까지는 국회 안에 개헌논의를 붙들어 둘 수 있을 텐데 안 받아들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상위「보이코트」안을 의논하면 서는 오히려 법사·재무·문공위에는 나가 싸우는 게 유리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으나 야당 결의의 강도를 보이기 위해 채택되지 않았다는 얘기.

<파벌간 선명 경쟁 인상 짙고>
『신민당에는 언론자유가 없다. 좀 현실적인 얘기를 하다보면 유화 논자,「사꾸라」로 몰린다』-. 1일 의원총회에서 송원영 의원의 말처럼 야당내의「사꾸라」「노이로제」와 파벌간 견제는 야당을 강 경으로 모는 한 요인이다.
10월 유신이후 김 총재는 신민당에서 가장 강경하고 선명한 사람으로 통해왔다. 그의 이러한「이미지」가 그에게 진산 이후 제1야당의 당권을 안겨줬다.
그 이후 야당 안에는 선명 앞서기 경쟁과『네가 선명하면 얼마나 선명하냐』는 끌어내리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연히 당수에 대한 견제도 강경을 둔화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강경을 부추겨 구석으로 몰아가는 식이다.
강경 비주류로 등장한 정일형 의원 중심의 화요회는 주류와 선 명을 경쟁하려는 새 계파.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중앙상무위원회에서 의원직사퇴를 공식 제기했다. 31일의 화요회 모임에서도 의원직사퇴결의를 표명하도록 해야한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 의원총회에서도 화요회의 유제연 의원은『총재가 박대통령을 만나 개헌담판을 지으라』정헌주 의원은『영 명한 총재로부터 무슨 다른 지령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상임위「보이코트」후에 무엇이 올 것이냐에 대해 방향을 제시하라』고 좀더 강력한 방안을 촉구.

<이·신 계도 방법에서만 이견>
비주류 중 선명 론 때문에 손해를 본 이철승 계와 신도환 계도 개헌추진자체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추진방식에 이의를 제기할 뿐이다.
이철승 국회부의장은『개헌만이 당의 목표인 것처럼 이것 아니면 죽는다는 식의 사고에는 이의가 있다. 장기적인 목표로서 전략전술을 치밀하게 세워 밀고 나가야 할 일』이라는 입장. 이철승 계의 생각은『총재가 주도하고 있으니 잘해봐라. 쫓아는 가겠다』는 다분히 방관자적 자세인 것 같다. 그러나 선명 논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신도환 계는 오히려 개헌문제에 관한 한 강경한 태도 이기택 의원은 의원총회에서『어린 학생들이 구금되는 판에 의원직을 던질 결의를 천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사퇴 논은 비주류서 앞장>
『당 지도층이 과연 각오를 갖고 개헌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학생과 종교인의 비위는 맞춰야겠지만 정작 어려운 길은 피했으면 하는 생각이 아닐까』(L의원).
이러한 생각은 비교적 비주류의 공통된 느낌이다. 이 회의의 바탕에서 의원직사퇴 논이 제기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문제로 한번 선명 경쟁을 해보자는 생각이다.
하나의 전략으로서 당 지도층이 옥 쇠를 확고하게 결정하고 있다면 강도측정을 위한 의원직사퇴 논이 나올 여지는 없다.
지금까지 의원 중에서 의원직사퇴 논을 제기한 사람이 모두 비주류란 점에서도 아직은 의원직사퇴 논이 선명 경쟁을 의식한 초동전략이상은 아닌 듯하다.
사실 당 지도층은 의원직사퇴를 전략의 하나로 마지막 단계에까지 배제하려는 생각이다. 대부분 의원들도 내심으로는 성급한 의원직사퇴 논에 저항한다.
송원영 노승환 신상우 박용만 의원 등이 원내에 관한 문제를 의원총회에서 최종 결정해야한다고 한 것도 의원직에 관한 외부압력을 배제하자는 얘기로 볼 수 있다.
『벌써부터 의원직을 내놓자는 말을 하는 속을 모르겠다. 사퇴하고 싶으면 자기나 하라고 해』 (주류의 L중진).『이렇게 나가면 의원직사퇴「코스」가 뻔한데 그럴 경우 몇이나 행동통일이 될지. 총재만 십자가지는 게 아니고 다른 의원「배지」까지 땔 일에 왜 상의가 없느냐』(견지 동우회 L의원).

<어차피 배지 떼야할 듯>
『개헌이 관철돼도 의원직이 중간에 끝나고 관철 안돼도「배지」떼야할 입장이라 어차피 임기는 못 마칠 것 같다. 그래도 의원직사퇴는 우리의 마지막「카드」니 시기선택을 신중히 해야지』(K의원).
의원직에 대한 애착도 애착이지만 한-일 조약비준 때의 실패란 전철이 의원직사퇴를 하나의 무기로 택하는데 상당히 제동을 걸 것으로 봐야한다. 오히려 이보다는 원외투쟁방안으로 옥내 외 집회·개헌청원서명운동 같은 방안이 보다 손에 잡히는 방법으로 고려되는 것 같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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