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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로스앙헬레스」|김성길<바리톤·서울대 음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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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오랜 외국생활 가운데 특히 즐겁고 보람스런 일이 있었다면 그것은 훌륭한 세계적 연주가들의 연주를 얼마든지 듣고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많은 연주회 중에서 나의 기억에 남아 사라지지 않는 것의 하나가 바로「빅토리아· 데·로스앙헬레스」의「뉴요크」「헌터·칼리지」에서의 독창회였다. 그의 많은 연주를 보아왔지만 특히 그날저녁 감명 깊었던 것은 같은 조국(스페인)의 동료인「피아니스트」「알리시아·데·라로차」와의 출연이었다.「프로그램」전부를「스페인」작품들(「그라나도스」「팔라」를 포함하여「마누엘·플라」「아노니모」등)을 연주했는데 특히 이날「피아니스 트」인「라로차」는「피아노」반주 부를 전곡 암보로 연주하여 그들 두 사람의 연주가 완전히 음악으로 승화되어 모든 청중을 매혹시키고 열광시켰던 것이다.
그 날 연주회에서 나는 한층 더 완성된 그를 발견하였고. 그의 음악성에 더욱 친밀하게 끌려감을 느꼈다. 연주자의 생장이「스페인」이어서 그런지 이들 같은 조국 작가들의 작품 재현에 가식 없이 풍기는 정열적인 그의 노래는 아직까지도 나의 기억에 생생한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화려함」그 자체이며 소리의 다양 스런 변화는 폭넓은 표현력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피치」와「리듬」에 대한 감각,「프레이징」과「템포」는 정확하여 모든 음악을 신중히, 올바르게 해석하며, 정성껏 표현함으로써 청중에게 공감을 사는 것이다.
또 그의 연주를 들을 때 인간「빅토리아·데·로스앙헬레스」의 온화하고 다정한 마음이 그대로 듣는 이에게 전달되어 더욱 음악 속에 파묻히게 되는 것이다
「빅토리아·데·로스앙헬레스」는1948년「제네바」의 국제「콩쿠르」에서 1등을 하여 그의 음악활동의 기반을 이루었고, 특히 세기의「테너」인「베냐미노·질리」와의『마농』『라·보엠』등 공연으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뒤이어 그는「라·스칼라」「파리·오페라」「코번트·가든」등은 세계「오페라」무대를 휩쓸었다.『카루멘』『마담·버터풀라이』『춘희』등 3대 가극을 총망라한 그의 연주와 연기력은 모두가 인정하는 것이지만 특히 조국「스페인」의 정서를 듬뿍 담은「팔라」의 짧은 인생은 그의 뛰어난 연주곡목 중의 하나이며 또한「르네상스」의「스페인」가곡, 20세기의「스페인」가곡 등도 그러하다.
또「드뷔시」와「라벨」을 포함한 근대「프랑스」가곡과「볼프」와「슈만」등 독일가곡, 이 모두를 폭넓게 다룰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20세기 최고의「소프라노」인「마리아·칼라스」와「레나타·테발디」실연을 들은 우리가 또 하나의「소프라노」의 거성「빅토리아·데·로스앙헬레스」를 맞아 그들 전설적인 인물과는 다른 면에서 생동하는 음악의 극치를 유감없이 느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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