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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위안 의안 성립 여부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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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운영위는 29일 상오10시 신민당이 제안한「개헌 기초심의 특위 구성안」을 상정, 김형일 신민당 총무로부터 제안 설명을 듣고 심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개헌 자체에 대한 여야간의 입장과 의안 성립 여부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논란을 벌였다.
여야는 개헌특위안 심의에 앞서 총무회담을 열고 이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여야의 근본 입장이 판이하기 때문에 첫 공식 심의에서는 특위안의 의안 성립 여부에서부터 격돌했다.
여야는 30일 다시 총무회담을 열어 정치절충을 벌이기로 했으나 타결을 보지 못할 경우 신민당의 새해 예산안 심의 거부 등으로 앞으로의 국회 운영이 난항할 위험이 뒤따르고 있다.
운영위에서 김형일 의원(신민)은 제안 설명을 통해『현행 헌법이 실시된 후 2년여에 걸쳐 국내·국제 사정이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개헌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국내적으로 많은 부조리가 야기돼 긴급조치 발동, 정치인·지식인·학생·종교인들의 구속과 학생의 자유 민주 헌법투쟁으로 학교가 거의 마비 상태에 이르렀으며, 국제적으로도 억압·인권유린 정치가 국제 사회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임식 의원(공화)과 이영근 의원(유정)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개헌특위구성 결의안이 헌법과 국회법 절차에 위배된다』고 주장, 의안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문젯점을 제기했다.
이들은『개헌 기초심의 특위구성이 개헌을 전제로 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하고『개헌이 원의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위구성을 하자는 것은 헌법의 개헌 조항을 형식화 내지 사문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이러한 야당의 태도가 고도의 정치적 술수이며 무형의 정치적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김 의원의『정치적 폭력』이란 발언을 엄영달 의원(신민)이 문제삼아 취소를 요구, 유정회 의원들이 한때 퇴장하고 여야간에 욕설을 퍼붓는 사태를 빚었다.
여야는 28일 하오 총무회담에서 특위구성 결의안의 소위 구성처리를 요구하는 여당 제안에 야당이 반대했다.
여야는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정치의안 심의 시한인 31일을 다소 늦추기로 양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 설명 요지>
▲김형일 의원(신민) 제안 설명=현행 헌법은 근본적으로 비상 계엄 하에서 국민투표에 붙여졌던 것이고 국회가 해산된 채 정당활동이 금지돼 결국 국민의 자유로운 비판이 완전 봉쇄된 가운데 무언의 찬반만을 강요받았던 것이다. 전 국민의 의사가 자유롭고 충분하게 반영, 집약돼 국민적 총의로 결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헌법은 비민주적으로 개정됐다.
이 헌법은 자유 민주체제의 근간인 평화적 정권 교체 의결을 배제하고 분립되어야 할 삼권은 대통령 1인에게 귀일된 채 무제한의 긴급조치권마저 부여돼 있다.
더우기 구속 적부심사제마저 폐지, 국민에게 신체의 자유를 비롯해 양심·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노동3권 등 기본적 인권과 재산권 마저 보장하지 않았다.
또 의회는 행정의 감시와 견제라는 본래적 기능마저 극도로 억제하고 있는 것이 현행 헌법의 특징이다. 그 밖의 비민주적 요소가 허다한 만큼 명실 공히 자유 민주적 기본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이 헌법을 개정할 필요를 통감하며 국민대표인 국회의원 스스로가 이 헌법의 개정을 위해 심의하는 것이야말로 시급하고도 당연한 지상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여 의사 진행 발언>
▲김임식 의원(공화) 발언=「헌법개정기초」란 개헌을 전제로 하여 그에 대한 문안 작성을 심의하자는 뜻으로 쌍방이 개헌에 대한 이해와 조정을 본 이후 개정발의 직전 단계에서만 가능한 절차다. 더우기 원의로써 특위를 구성하자는 것은 국회법의 특위구성 및 의안발의 조항을 활용하여 개헌을 원의로써 기정 사실화한 다음 개정절차를 규정한 헌법 1백24조의 요건을 교묘한 방법으로 충족시켜 보려는 고도의 정략적 술수이며 무형의 정치적 폭력이다. 우회적인 방법으로 개헌조항을 형식화 내지 사문화 할 위험성 마저 있다.
▲이영근 의원(유정) 발언=개헌의 원의 없이 어느 한 교섭 단체에서 일방적으로 개헌을 전제로 제출된 것이므로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
개헌 절차에 의한 의안이 제출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는 필요하다고 인정된 안건이 있을 때 특위를 설치할 수 있는 국회법 43조에도 어긋난다.
신민당 안이 구성인원의 비율을, 여야 5명씩 동수로 한 것, 존속 기간을 따로 정한 것, 위원회 운영에 있어 소집 책임자(위원장)를 여야가 교체토록 한 것 등은 국회법 규정에 저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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