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값 더 내릴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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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생활주변에는 알고싶은 일, 파헤쳐 보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그러면서도 때를 놓치고 수수께끼로 버려두기조차 한다. 당국이 발표하는 각종 고시가와 요금은 과연 적정하게 매겨진 것인가? 전화는 왜 신청한지 1년이 돼도 가설되지 않는가? 겨울철 난방기구는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한가? 각종 시책에서 비롯, 생활주변의 답답하고 궁금한 일들의 실상을 그때그때 풀어본다.
쇠고기 값이 더 떨어질만 한데도 겨우 체면치레로 6백g당 20원이 떨어졌다. 원산지의 소 값이 떨어진지가 이미 오래다. 정육상은 소 한 마리 분의 지육을 팔아 5만2천6백원의 순수익을 얻는다 한다. 이는 서울시가 정부의 축산물 가격 자율 규제조치 이후 쇠고기 값의 적정선을 산출키 위해 시내 정육점을 무작위 추출해 조사한 손익계산서에서 밝혀진 것이다.
정육상이 얻는 이「마진」은 지난4월 쇠고기파동 때 서울시가 산출한 정육점의 순익 1만6천1백4원에 비해 3배나 많고 국세청의 정육점에 대한 영업소득세 과표 2만5천원보다 배나 남는 것.
정육상이 이같이 엄청난 잇속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산지 소 값이 떨어지고 반입량이 늘어나 지육의 경락가격이 ㎏당 2백원이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산지 소값은 1백80㎏짜리 중소 1마리의 경우 지난5월에는 19만∼20만원이었고 7, 8월에는 18만∼19만원이었던 것이 요즘에는 17만∼18만원으로 최고 3만원까지 내렸고 반입량은 하한기의 4백50마리에서 추석(9월30일)을 전후해 9백 마리로 배나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지육이 남아 돌아가는 바람에 지육 경락가격이 ㎏당 1천1백원 선에서 9백원 선으로 2백원이나 내려 지육구입가격과 판매가격의「마진」이 커졌다는 것이다.
27일 서울시가 산출한 정육점의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생우 4백80㎏짜리 황소 1마리분의 지육 2백62㎏짜리의 도매시장 구입가격은 23만8천원(㎏당 경락가격 9백원). 정육상은 이 지육 값 외에 ▲중매수수료 1천4백41원 ▲조합비 5백원 ▲원천세 7천2백5원 ▲조세저축금 2천5백원을 내고 ▲운반비 1천4백원 ▲점포운영비 9천5백원(소 1마리당)을 부담, 지육 원가는 27만4천4백50원이 먹힌 것이다.
이 지육은 정육점에서 다시 세분돼 팔린다. 그 내용은 ▲지육 2백62㎏씨에서 나온 정육이 1백96.2㎏(3백27근)으로 근당(6백g) 8백50원으로 팔아 27만7천9백50원 ▲갈비 31.8㎏(53근)이 근당 7백원씩에 3만7천1백원 ▲큰뼈(사골)가 4천8백원 ▲콩팥 1.5근에 6백원 ▲기름 6㎏(10근)에 1천5백원 ▲꼬리 3천5백원 등 매상총액은 32만6천8백50원.
따라서 총 매상액에서 지육원가를 뺀 5만2천4백원이 순이익으로 남는 셈이다.
이 같은 계산을 근거로 쇠고기 값을 근당 8백4원에서 7백50원으로 1백원씩 내려도 지난 4월 쇠고기파동 때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쇠고기 값을 근당 7백50원으로 내려 받을 경우 ▲정육가격 24만5천2백50원 ▲갈비·큰뼈·잡뼈·콩팥·꼬리 등 나머지 지육판매 값 4만8천9백원 등 최고 매상고는 29만4천1백50원.
이 매상고와 지육 구입원가 27만4천4백50원의「마진」1만9천7백원이 순이익으로 떨어져 지난 봄 질보다 3천5백96원의 이익이 더 생긴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가 쇠고기 값을 협정가격에서 푼 것은 정육상들이 협정가격을 구실로 값을 내리지 않고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시장가격 기능으로 값을 내리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업자들이 쇠고기 값을 근당 8백50원에서 8백30원으로 20원씩 내려 받기로 한 것은 소비자를 속이는 눈가림 인하이기 때문에 값을 7백50원 선으로 내리도록 계속 권장키로 했다. <이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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