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절대 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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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연탄파동이 일 때마다 당국은『매점만 안하면 염려 없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실제 마음대로 연탄을 사 쓸 수 없는 주부들의 불안감은 높아가기만 한다.
도대체 무연탄의 생산과 공급량이 어떻 길래 당국이 만들어 준 구매「카드」를 갖고 아궁이수대로 연탄을 살수 없는 것인지 아무리『초조해 하지 말라』고 해 봤자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주부들의 입장이다.
올해 상공부가 계획하고 있는 무연탄 생산량은 작년도의 1천3백57만1천t보다 1백52만9t이 많은 1천5백10만t으로 11·3%의 증산. 이에 전년도 이월 량 1백37만7천t을 합쳐 총 공급량을 1천6백47만7천t으로 잡고 있다.
반면 소비량 추산은 작년도 1천4백73만6천t보다 4·2%가 는 1천5백36만2천t. 적어도 총 공급량이 소비추산보다 7·2%(1백11만5천t)나 남아돈다는 계산이고 수송량도 소비총량과 맞먹는 1천5백34만5천t으로 잡고 있어 매점만 없으면 물동 면에선 아무런 부족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작년도의 확보 량은 생산량에다 재작년도 이월 분 2백54만2천t을 합쳐 1천6백11만3천t이었고 올해의 경우 생산량 1천5백10만t에 이월 분을 합치면 확보 량은 1천6백47만7천t이어서 총량은 작년도 확보 량에 비해 2·3%인 36만t밖에 늘지 않은 셈이다.
다음으로 상공부가 잡은 소비증가율 4·2%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상공부는 작년도 사용량이 1천4백73만6천t에서 올해 소요량을 4·2%늘린 1천5백36만2천t으로 책정, 확보 량에서 소요량을 제해도 1백11만5천t이 내년도로 이월되어 아무런 부족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공부는 각종 난방재료가 유류로 전환되었고 「카드」제 실시로 사용규제업소를 정하는 등 소요량이 줄었기 때문에 인구증가율 등을 감안해도 4·2%만 소비량을 늘리면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유류파동 이후「주탄종유」로 정책이 뒤바뀌면서 난방기구가 연탄사용기구로 대폭 전환된 것을 미루어 볼 때 어딘가 석연치 않다.
상공부는 연탄파동이 있기 전 연평균 소비증가율을 12·4%로 산 정한 바도 있어 증가율 추산이 빗나갈 때 공급량이 수요량에도 못 미치는 위험을 안고 있다.
게다가 연탄의 저질로 수요가 부쩍 늘고 가수요까지 겹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9월말 전국저탄량이 2백49만8천t으로 작년동기의 77%밖에 안 된다는 상공부의 집계가 무연탄 부족을 한마디로 우려해 주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은 논외로 하더라도 9월말 현재 작년수준에도 미달하는 저탄량부족이 10월부터 내년3월까지의 월동연료대책에 먹구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상공부는 이 월동기간의 생산량을 작년보다 14%늘린, 8백22만2천t으로 계획하고 있으나 지금까지의 저탄량 부족으로 실제 증가물량은 2·3%가 많은 고작 24만4천t에 불과하다.
특히 당국은 이 기간중의 소비량을 9백55만9천t으로 잡아 작년 소비량 9백56만8천t보다도 9천t을 적게 잡고 있는데 재작년 동기의 7백84만1천t에 비해 작년도 소비량이 22%인 1백72만7천t이 는 사실을 고려하면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간 소비량 증가추세를 4·2%로 잡고 있는 당국이 한겨울의 소비량을 작년보다 적게 잡아놓고『걱정 말라』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주부들은 영문을 알 수 없게 마련인 것이다.
이 같은 물량 태부족은 벌써 무연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강원도 태백탄전 일대서 적신호로 나타나고 있다.
삼척군 장생읍 철암·문곡·동점탄광과 황지 탄광의 경우 매년 비수요기인 6∼9월에 최저 30만t에서 최고 60만t까지의 무연탄이 역 두에 산처럼 쌓여 있었으나 올해는 기암 3만t, 문곡 1만t, 동점 3천t, 황지 6만t 등 불과 10만3천t밖에 없어 달리는 공급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삼척군내 25개 탄광의 경우 연간생산목표량이 6백77만8천t으로 책정되어 있는데도 9월말 현재의 실적은 65%인 4백44만3백93t. 4·4분기의 4분의 3이 지났는데도 75%가 아닌 65%에 그친 한계생산능력을 갖고 나머지 석 달 안에 35%를 채울 수 있을는지 선뜻 미덥지 못하다. <김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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