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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지을 연탄도 없다" 성난 주부들|찬바람이 이는 속의 공급 소외지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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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찬바람 이는 겨울철을 앞두고 방에 지필 연탄이 없다. 난방용 연탄은 말할 것 없이 당장 끼니를 끓여야 할 취사용 연탄마저 구하기 힘들다. 이같은 현상은 특히 서울인접지역 연탄공급의 소외지대인 안양, 시흥, 의정부, 부천 등지에서 두드러져 이곳 주부들은 연탄집게를 들고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가 끊일 날이 없다. 이처럼 연탄기근 소동을 일으키게 된 것은 서울시가 겨울철에 대비한 저탄량 확보를 위해 인접지역의 반출량을 제한함으로써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값도 크게 올라 한강에 40원∼50원에 뒷거래되며 그나마 사기 힘든 실정이다. 안양의 경우 연탄 사용 가는 2만6천5백 가구, 하루 12만장이 있어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즈음 하루 공급량은 7만1천장, 약 40%나 모자라는 실정이다. 안양에서 연탄소동이 일어난 것은 지난9월초부터.
8월5일 가동을 시작한 안양산업(삼양연탄)이 한 달만에 기계증설을 이유로 10월10일까지 한달 동안 문을 닫았고 또 서울시는 하루 배정 량을 5만1천장에서 3만1천장으로 2만장을 줄이는 바람에 이곳의 연탄 품귀소동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연탄공급「카드」를 갖고도 연탄을 구입하지 못해 지난11일에는 신원호씨(여·45·안양6동597)등 주부 20여명이 시청에 몰려 항의「데모」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데모」를 벌인 주부 전옥순씨(34)는『연탄 1장에 1백원씩 주고 2장을 구해 겨우 아침밥을 지었다』고 불평했다.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연탄의 수요는 부쩍 늘었는데도 안양산업의 하루생산량은 4만장, 서울시의 매입 량도 3만1천장뿐이어서 총7만1천장으로는 하루 4만9천장이 모자란 실정이어서 새로운 대책이 없이는 올 겨우 사리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안양시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안양의 변두리지역인 비산동·관양동·평촌동 등지에는 더욱 심해 벌써 한 달째나 연탄구경을 하지 못한 가정도 많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실정은 시흥군도 마찬가지. 총3만7천9백79가구의 시흥 군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집은 2만5천7백 가구. 하루 9만5천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공급은 서울시의 배정 량 3만장으로 과천면 등 5개 면에 만 나누어주고 나머지 수암면·군자면·소래면 등 3개 면에는 한 장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수암면 고기2리 박철용씨(50)는『지금까지 서울에서 몰래 들여오는 연탄을 50∼60원에 사 썼으나 요즈음은 이나마 길이 막혀 올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정은 지난해 7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시흥군으로 넘어온 소래면(1천5백36가구)도 마찬가지어서 송향수씨(52·신천리)는 부천시에서 들어오는 연탄을 사 썼으나 부천시에서도 모자라 반출을 막기 때문에 요즈음은 연탄을 구경할 수도 없다고 걱정했다.
인구 6만여명의 광명단지는 하루 5만장이 필요한데 1만6천4백장밖에 들어오지 않아 주부들이 서울시에 몰려가 항의를 벌일 움직임이라고 주부 정순옥씨(35·광명1리)는 말했다.
특히 서울시와 인접해 있는 서면 소하리와 철산리 주민들은 더욱 안타까워하고 있다.
안양천을 사이에 두고 서울 시흥동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소하리와 독산동과 경계에 있는 철산리 주민들은 서울시민들보다 엄청나게 차이나는 대우에 분개할 정도.
이 같은 예로 15일 상오10시쯤에는 서면과 영등포구 시흥동을 연결하는 시흥대교 위에서 서면주민 5백여 명이 연탄반입을 막지 말라는 항의소동을 벌인 것으로 잘 표현되고 있다.
주부 김부자씨(32·소하2리)는『두달 동안 하루 1장밖에 받지 못했다』면서『다리건너 서울 사람들은 연탄걱정을 안 하는데 맞은편의 경기도 사람들은 연탄 때문에 골탕을 먹는 것은 당국의 잘못』 이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눈앞에 볼 수 있는 한일연탄의 수송차량을 점거, 집게로 연탄을 집어 내리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은 연탄문제는 행정구역으로 제한하지 말고 인구분포와 사용량에 따라 별도의 대책을 세워 줄 것을 당국에 바라고 있었다. 【안양=이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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