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허용이냐 전술상의 후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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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종교·언론계에서 일기 시작한 월남의 반정부 운동이 14일 의회의 친여 의원들에게까지 번짐으로써 마치 「티우」 정권이 곧 무너질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데 비해 정작 당사자인 「티우」 대통령은 전례 없이 「관망의 입장」과 온건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티우」의 태도는 그의 정권의 수명 및 장래와 관련 그가 과연 어느 선까지 현재와 같은 국내 반대 세력들로부터의 도전을 참을 것이며 그가 감추고 있는 진정한 속셈과 대응책이 무엇이며 또 그 대응책은 언제쯤 어떤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공개된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티우」는 최근 있었던 일련의 「데모」 사태에 대해 그의 통치 전력에 비추어 본다면 이해가 가기 힘들 정도로 관대했다. 거의 「절대」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 반대 세력을 탄압해 온 그가 정치권력의 부패를 타도하기 위해 결성된 불교도와 「가톨릭」의 연합전선인 제3세력의 태동을 눈감아 준 것인데 이들 반대 세력은 「민족 화해군」(NRF)을 조직, 현재 벌이고 있는 월남의 제반 「데모」를 조종하고 있다.
그러면 「티우」는 월남에 「민주화」를 허용하기 위해 이처럼 관대한 것일까? 아니면 반성의 시기를 잡기 위한 전술상의 일보 후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그 해답은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데 「업저버」들의 견해는 일치한다. 「티우」가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반대 세력을 당장 분쇄할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는 월남 국민이나 정치인들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반정부 운동이 오늘처럼 전개될 수 있은 데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티우」의 후견자인 「닉슨」이 사임하고 난 후 「포드」 대통령의 「티우」 정권에 대한 지원 보장이 아직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원국의 독재화에 대한 미국 의회의 압력이 날로 높아 가고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티우」가 어느 정도는 풀어 줘도 안심할 수 있을 만큼 반대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하원 외교위는 월남의 부패가 근절될 수 없을 정도로 만연되어 있다는 사실을 들어 월남에 대한 추가 군원의 승인을 거부했었다.
미 의회가 「티우」 정권에 대해 분개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원조가 부정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단 부패 추방을 주장하고 나온 반대파를 섣불리 누르는 것은 반대파들의 주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며 마치 자신이 부패를 조장한 장본인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렇기 때문에 「티우」는 반정부 세력의 탄압에 앞서 일부 군장성들을 독직 혐의로 숙지하고 자신의 부패에 대해 TV를 통해 직접 해명함으로써 미 의회의 적대감 유발에 대한 눈치를 살피고 또 한편으로는 국내 반대 세력에 대한 성의를 보이려 했던 것이다.
이 정도의 성의(?)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운동이 「티우」 자신이 정한 상한선을 넘어서면 「국가 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힘으로 누르겠다는 것이 현재 그의 속셈임에 틀림없다.
백만 대군에다 경찰력을 장악하고 있는 「티우」가 이만큼 「여유」를 갖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제3세력」이라고 불리는 월남의 재야 세력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각기 이해를 달리하는 이들은 반「티우」라는 공동 분모에는 이해가 같지만 그 결속도는 미지수이며 특히「티우」에게 대항할 만한 조직력이 결여되어 있다.
이들은 그들 내부의 힘보다는 미국내 사정의 변화가 가져올 자극에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우선 핵심 반대 세력인 불교 연합회(비엔·호아·다오)는 현실 참여 문제를 놓고 의견의 분열을 일으켜 NRF 결성식에 집행 위원 17명 중 6명이 불참했으며 「카톨릭」교회 내부에도 『지나치게 반정부 운동이 확대되면 공산 측에 유리하다』는 반대파가 있다.
또 가장 과격한 「안쾅」 사원파는 지난 71년 「티우」의 「원·맨」 대통령 선거를 막지 못한 책임을 놓고 내분을 일으킨 데다 이번에 NRF에 가담한 것도 「가톨릭」의 「이니셔티브」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가 더 컸다.
그러나 제3세력의 결속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은 불교도들의 「가톨릭」에 대한 불신 감정이다.
「고·딘·디엠」 정권 하에서 보여준「가톨릭」과 집권 세력간의 밀착과 그때 받은 피해의 기억은 불교도들에겐 여전히 악몽으로 남아 있다.
심지어 일부 불교도들은 이번에 「가톨릭」이 반정부 운동의 선봉에 나선 것은 미국 대사관의 사주를 받은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상당수 의원이 국민들은 그간 「티우」의 탄압 정책에 의해 「병사 없는 지휘관」의 처지로 위축된 제3세력의 정권 인수 능력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점이 바로 칼자루를 쥐고 있는 「티우」가 「고양이와 쥐의 싸움」을 유예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친여 의원 22명이 반정부 「데모」에 가담했고 「베트콩」(월남 임시 혁명 정부)이 협상을 거부하며 제3세력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을 「티우」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만약 「티우」가 이 정도의 사태 악화를 그가 설정한 「한계」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반격은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전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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