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되찾은 국회의 질의 응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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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회 본 회의는 지난 주말로 닷새에 걸친 대 정부 질문을 마쳤다. 이번 국회는 연초에 선포된 긴급조치와 그 이후의 경과, 8·15사건을 계기로 한 대외 관계의 혼미 등 그 동안 국내외적으로 산적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공개적인 국정 논의를 벌이게 됐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의 관심은 지대했고, 기대도 컸었다.
더우기 정기 국회가 문을 열기 직전에 긴급조치 1, 4호가 해제되고 그 동안 동면 상태에 빠졌던 국회에 활기를 불어넣어 정치의 중심 무대를 다시 의정 단상으로 옮겨 보자는 정부·여당 주변의 공기와 또 「선명 야당」의 기치를 들고 신민당이 새로 40대 당수를 뽑은 직후에 열린 국회였기 때문에 내외의 시각이 더욱 이번 국회에서의 논의에 쓸리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과연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계속된 대 정부 질문에 있어선 지금까지 많은 국민의 깊은 관심사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쑥덕공론이나 횡설수설로 음성화되었던 국정의 모든 문제, 예컨대 개헌 문제, 인권 문제, 학원·종교·언론의 자유 문제, 부패와 사회 부조리 문제 등이 거의 다 양성화되어 논의된 바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성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대 정부 질문의 전 과정을 통해 국내외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선명 야당」의 기치를 들고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된 김영삼 신민당 총재의 첫번째 대 정부 질문과 이에 대한 정부·여당 측의 대응 태도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반대당의 존재와 그의 의견을 존중하는 체제라 한다면, 여·야의 입장을 초월하고 찬반을 넘어서서 야당 당수의 발언을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평가해야 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김 총재는 난국에 처해 있는 국정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과는 거의 전적으로 대조적인 소신을 국민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의연히 피력함으로써 오랫동안 잃었던 국회 기능을 활성화시킨 점을 평가할 수 있다. 민주 정치는 국민의 다양한 요구와 의견에 수로를 열어 주는 의회 기능이 활발할 때 비로소 꽃필 수 있고 반대로 기능이 마비될 때 시들어 간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다시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김 총재의 연설이 이처럼 국회 기능을 활성화한 것이 사실이라 한다면, 이는 곧 이른바 「국회 부재」·「정치 부재」운운하는 한국 현실에 대한 국내외의 비난을 긍정적으로 부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우리 나라 국회에 이처럼 선명한 반대당이 있고, 그 당수의 이처럼 의연한 발언이 있다는 사실은 우선 북괴의 허수아비 대표까지 참석했던 지난IPU총회에 대하여 한반도에는 오직 한국에만, 참된 의회주의가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설득력 있게「데먼스트레이트」해준 것이 된 셈이다.
셋째, 정부는 김 총재의 질의에 대하여 김종필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국무위원을 출석케 함으로써 제1야당 당수의 발언의 비중을 높여 주는 예우를 하였다. 정부의 이처럼 예절을 갖춘 태도는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김 총재 스스로도 과장된 「제스처」없이 시종 차분한 어조로 연설을 마쳤다는 것은 정치가로서의 자제를 보여 준 것이라 하겠으며, 의회주의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정치적 「스타일」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의정 운영에 있어서의 진일보라 아니 할 수 없다.
김 총재는 그의 연설을 요약하면서 『오늘의 난국을 극복하는 길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자유야말로 공산주의에 이길 수 있는 최후의 무기』라는 것을 강조하였다고 자유 민주주의를 건국의 이념으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그의 이 같은 지적은 새삼스런 거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처럼, 『정치의 장』으로서의 정상 기능을 회복한 국회에서 전개된 지난 5일간의 발언들이 국정 전반에 걸쳐 건설적인 메아리를 일으키게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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