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목조삼존불감」 전남 송광사서 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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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순천·인천=정종수·장호근 기자】전남 승주군 송광면 신평리 송광사 (주지 이준영 스님·47) 경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국보 제42호 목조삼존불감, 보물 제176호 송광사 금동요령, 전남도 지방문화재 28호 고봉국사주자원불 등 문화재 3점이 8일 하오 10시부터 9일 상오 1시 사이에 도난 당했다. 이중 국보 42호와 지방문화재 28호 등 2점은 도난 하루만인 10일 상오 9시 인천시 남구 숭의동135 고전사 (주인 이철훈·49)에서 발견되어 문화재 관리국에 의해 회수되었다. 주인 이씨에 따르면 이들 문화재는 9일 하오 8시30분쯤 38세 가량의 남자 1명이 가져와 80만원에 사라고 흥정, 맡겨둔 것이다.
도난된 국보를 신고한 고전사 주인 이씨에 따르면 9일 하오 8시30분쯤 38세 가량의 남자 1명이 검은색 「백」을 들고 가게에와 골동품을 사겠느냐고 물어 이씨가 사겠으니 물건을 보자고 제의, 30대 남자는 「백」을 책상 위에 놓고 국보 제42호와 지방문화재 28호 등 2점을 꺼내 보였다.
범인은 이들 문화재 2점은 1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이라면서 80만원만 내라고 했다. 이에 이씨는 수상히 여겨 누구의 소장품이냐고 묻자 개인 소장품이라면서 사려면 사라고 다그쳤다는 것.
이씨는 오늘이 공휴일이라 현금이 없다면서 여비로 5천 원을 주고 보관하자고 제의, 범인이 10일 하오 5시까지 잔금을 치러달라고 말하고 갔으며 이씨는 문화재 2점을 가게 안 금고에 보관했다.
범인은 10일 하오에 꼭 약속을 지켜야한다면서 용현동에 간다고 했다는 것.
이 때까지 이씨는 이들 문화재가 도난품인 줄을 몰랐다가 9일 하오 11시께 다른 골동품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씨는 10일 상오 8시쯤 관례에 따라 가게에서 전화로 인천시 문화공보실에 신고했으나 직원이 없어 다시 시외 전화로 서울 문화재 관리국 문화재 2과에 이상한 문화재 2점이 들어왔다고 신고했다.
범인은 1m67cm키에 긴 「스포츠」형 머리를 했으며 「베이지」색 「잠바」를 입고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했다.
경찰은 인천 시내를 봉쇄, 시내 숙박업소를 뒤지는 한편 가두 검문검색을 벌이고 있다.
고전사는 주인 이씨가 3년 전부터 취미 삼아 경영해왔는데 현재 갖고 있는 것은 값없는 골동품 1백20여 점이다.
한편 이씨의 신고를 받은 문화재 관리국은 관리국 서무과장 윤문길 씨와 사건 단속반을 현지로 보내 인수증을 써주고 물건을 인수했다.
이 2점은 상오 10시30분쯤 문화재 관리국을 거쳐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져 최순우 관장의 감정을 받은 뒤 보관 조치됐다.
최 관장은 감정 결과 이들이 도난당한 물건이며 손상된 곳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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