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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4월 한국 방문 확정 … 정부 외교전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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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가운데)을 환영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국빈만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퍼스트레이디 없이 홀로 방문한 올랑드 대통령을 오바마 내외는 만찬에서 자신들 사이에 앉히는 등 배려를 했다. [워싱턴 AP=뉴시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월 말 한국을 방문한다. 미 정부 당국자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이르면 오늘 중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며 “방문국에는 한국과 함께 일본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월 23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뒤 곧바로 한국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연방정부 기관들의 부분 업무 정지(셧다운) 사태로 아시아 방문 대상국에 포함했던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가지 못했다. 그에 따라 4월 필리핀, 말레이시아와 함께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계기로 한국도 방문해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국빈 방문 일정을 2박3일에서 1박2일로 줄이는 대신 한국을 방문국에 포함시키기로 한 셈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오바마의 방한과 관련해) 미국과 이야기가 매우 잘 됐다”며 양국의 순방 일정 합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그동안 오바마가 일본만 방문하고 우리나라는 찾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행정부를 설득해 왔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부터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이나 동북아의 불안정한 정세 등을 논의하기 위해 오바마의 방한과 최고위급 회담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10여일 뒤 당시 김규현 1차관이 방미했을 때는 장성택 처형이라는 대형 사건이 터져 위험한 북한 리더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오바마가 한국에 와야 한다는 우리 쪽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월 초 방미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타이밍은 우리 편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방한 성사는 과거사·독도 문제 등에서 도발을 일삼는 일본에 잘못된 메시지를 줘선 안 된다는 정부의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 봉영식 외교안보센터장은 “당초 한국은 순방국에 포함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바마가 오지 않는 것이 우리 외교의 실패가 아니라 오바마가 오는 것이 우리 외교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케리 장관의 한국 방문은 묘한 시점에 이뤄진다. 케리는 북한의 제의로 이뤄진 남북 고위급 접촉 다음 날 한국을 방한한다. 13~18일 한국-중국-인도네시아-아랍에미리트를 찾는 케리의 이번 아시아·중동 순방은 북한의 태도 변화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 합의,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협상 타결에 이어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탐색전을 벌인 시점에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찾는 것이다. 덕분에 한·미·중은 대북 공조 논의 테이블에 고위급 접촉 결과 등 협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재료’를 놓고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그의 아시아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한국 방문은 두 번째다. 케리 장관이 최근 일본의 우경화 드라이브로 꼬인 동북아 정세, 특히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중재안을 내놓을지 외교가는 주시하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오늘 백악관 공식 발표 가능성
일본 일정은 1박2일로 줄이기로
서울 오는 케리, 한.일 중재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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