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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에 삭힌 홍어 왜 맛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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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20회 휴먼테크 논문대상’ 시상식에서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왼쪽)이 수상자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볏짚에 삭힌 홍어를 먹는데 할머니께서 해삼은 홍어와 달리 볏짚에 두면 녹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그런지 궁금해서 연구를 시작하게 됐어요.”

 12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제20회 휴먼테크 논문대상’에서 금상을 받은 목포 정명여고 정혜연(19·사진)양이 밝힌 연구 동기다. 정양의 논문 제목은 ‘해삼과 홍어의 조직 비교’. 고교 분과에서 금상을 받은 논문 가운데 과학고 출신이 아닌 학생이 쓴 유일한 논문이다. 연구는 2012년 시작했다. 볏짚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해 산을 생성하는 고초균(枯草菌)이 있는데, 이 균이 해삼에 들어가면 발효를 시작해 조직을 녹인다. 반면 해삼보다 질기고 단단한 조직을 가진 홍어는 녹지 않고 육질이 연하게 된다. 사전 조사에서부터 실험군과 대조군의 비교, 탄력성·신축성 실험 등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결론을 끌어냈다는 게 심사위원단의 평가다.

 올해 한양대 분자생명과학과에 입학하는 정양은 불치·희귀병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과학을 좋아해 주말에도 학교에 남아 각종 실험을 했다”며 “과학고보다 실험실 환경은 부족했지만 학교와 생물 선생님의 배려 덕에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분과에서 금상을 받은 미국 메릴랜드대 전기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 최종현(35)씨는 인공지능이 각종 물체의 형상을 인식해 구분하는 방법론을 연구했다. 논문 제목은 ‘세부 범주를 이용한 물체 범주 인식 기법’. 로봇 인공지능이나 포털 검색 등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최씨는 “정보기술 벤처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며 “로봇·인공지능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수상 논문 119편에 약 8억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학교에 주는 특별상은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다 수상 학과와 최다 제출 학과 2관왕을 차지했다. 고교에서는 경기과학고가 최다 수상 학교, 세종과학고가 최다 제출 학교로 특별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 강성모 KAIST 총장, 김용민 포스텍 총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 송필호 중앙일보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권 부회장은 축사에서 “창의와 도전은 젊은 과학도의 특권이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고 세상을 발전시킬 핵심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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