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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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엄격히 따진다면 미국에는 국경일이 없다. 그저 대통령과 의회가 정한 「워싱턴」특별 구와 연방직원의 휴일』이라는 게 있을 뿐이다.
신년「링컨」탄생일·「워싱턴」탄생일·전몰 장병 기념일·독립 기념일·노동절·「콜롬버스·데이」·추수감사절·「크리스마스」등이 모두가 국경일은 아니다. 가령「링컨」생일을 남부제주에서는 인정치 않는다 . 따라서 공휴일이 아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연방의회가 국경일을 마음대로 정하지를 못한다. 주에 따라 축제일이 다른 것이다.
그러나 남부의 사람들도「링컨」탄생일엔 논다. 미국에서의 축제일이란 본래 그날의 전 내를 되새기고 그날에 담긴 정신을 불러일으켜 보는 것이 못 된다. 그저 노는 날을 눌리는 방편이 되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연 전에 미국서는『월요 휴일 법』이라는 법률이 통과되었다.「워싱턴」생일·전몰 장병기념일·「콜롬버스·데이」제1차 대전 종전기념일 등 4제일을 월요일로 옮겨, 놓기로 한 것이다.
이래서 토·일·월. 이렇게 3일 연휴 하는 게 1년에 적어도 5회는 된다. 곧 1년의 10%는 주 4일간 노동이며 여기에 겨울과 여름의 휴가를 합치면 1년의 3분의1은 놀게되는 셈이다. 「레저·붐」이 안 일어날 수 없다.
우리 나라에서도 10월은 축제일이 제일 많은 달이다. 지난 월요일이 추석이었고 이틀 걸러 3일이 개천절, 6일이 일요일이며 이틀 후에는 한글날, 그리고 24일은「유엔·데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는 3일 연휴 제가 없다. 따라서 공휴일은 많아도 마음껏 쉬게 되지는 않는다. 쉬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한 달을 보내는 것이다.
오히려 피로만 겹치는 것 같다.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개천절이 있기까지의 2일간과 그 다음의 2일간은 왠지 반공일 같은 기분이 되는 것이다.
국경일이라고 이날에 담긴 얼을 되새겨가며 쉬는 사람도 이제는 드물다. 개천절만 해도 그렇다. 새로 엮은 중-고교 국사교과서에서는 이날을 역사적인 날로 치지는 않고 있다. 단군을 전혀 역사적인 검증 밖의 인물로 보기 때문이다. 분명 신화가 사실일 수는 없다. 따라서 신화를 역사 속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신화의 존재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화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민족의 마음이 풍요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어느 신화나 모두 민족의 꿈과 희망의 결 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득한 옛 조상들이 키워낸 신화를 얼마나 잘 아끼고 다듬어 나가느냐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정서가 풍부해야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것은 단군의 실재성을 믿느냐, 않느냐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우리는 그저 단군 신화를 만들어낸 단상들의 꿈을 되새기며 하루를 즐겁게 보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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