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성대는 성찰 모시던 제단"|동국대 이용범 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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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국대 이용범 교수는 경주·첨성대가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라는 종래의 정설을 뒤엎고 오히려 종교적 상징으로서 제단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의 이같은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간의 「진단학보」38호의 장문의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28일 역사학회의 발표회에서 거듭 그의 지론을 폈다.
그는 첨성대에 대한 과거의 여러 의견들과 마찬가지로『대담한 억단』임을 전제하면서 평양의 첨성대나 강화의 첨성단에서와 제례가 이 첨성대에서도 행해졌을 것이라 보고 특히 신라 때 국가적인 제례였던 영 묘사 남쪽에서의 성제 같은 것이었으리라고 의식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살폈다.
7세기 초 신라 선덕여왕 때 건조된 이 첨성대에 대하여 천문관측 대라고 단정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말의 안 축부터이며 여지승람이나 동경 잡기 등 이조 때의 기록도 마찬가지. 최근세이후 일인학자 관야정이나 전촌전지조 등이 대동소이한 견해였다. 그리고 67년에 홍사준씨가 면밀한 실측 끝에 개천 설에 의거하여 백제 인이 세운 천문대라고 역설했는데 73년 말 한국과학사 학회가 첨성대를 주제로 하는 발표를 개최함으로써 재검토의 계기를 마련했다.
금년 들어 첨성대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그런 여파이다
이 교수는 그의 논문에 첨성대 축조전의 신라 천문 수준, 구조와 문제점, 위치와 문헌상에서 본 첨성대, 첨성대와 수미산의 자주관 등 다각적인 검토를 했다. 즉 홍사준·전상운·김용운씨 등 기존우리 학계의 소론을 하나하나 비판, 첨성대의 형태와 위치가 천문 관측에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옛 문헌에 보이는 설명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첨성대의 형태는 김유신의 옛집에 있었던 재매정(거꾸로 놓은 형태) 이 유사하며 그것이 단순히 우물로서의 효능만이 아니고 종교적 의의를 지니고 있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따라서 상방 하원의 형태는 불교의 우주관인 수미산(수미좌)을 본 뜬 것으로 보았다.
수미산의 중앙은 제석천이라고 하며 33천을 주재하는 제석천 환인의 선견성이 있다는 불교적 세계이다.
이 같이 첨성대를 성제의 자리로 본 이 교수는 그 정상 부에 신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징물이 안치돼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정자형 석재에『어떤 기둥을 새운 듯한 흔적』이 바로 그것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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