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백 선정위원이 우편투표|신인가수 대거 등장|가요계 새 바람일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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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과잉한 물질 문명 속에서 느끼는 우리의 생활에 활력소를 넣어 줄 수 있는 방송가요의 이정표를 거듭 제시해온 동양방송의 가요대상이 올해로 열 돌이 됐다.
이번 선정방법은 주최측이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청취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곡과 가수 중에서 각 방송국·각「레코드」제작사·연예 단체의 추천 등 총2백72건 중에서 상임위원 9명이 비교적 타당한 것으로 10개 부문에 걸쳐 21개 작품과 25명의 후보를 일차 선정했다.
그 다음에 정치인·판·검사·교수·연예인·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 3백명에 의한 무기명 우편투표를 받았다.
투표자들이 누군지를 후보자들은 절대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소위 사전공작 운운하는 것은 전혀「넌센스」다. 다만 3백명 중 60명은 청취자의 무작위 추출, 투표함으로써 대중 선호, 대중 참여의 길을 터 주었었다.
개표 결과에 따른 입상자는 이미 지난 26일 발표된바있거니와 작사·작곡 부문은 여전히 중견층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가장 인기가 있는 남녀가수 부문에서는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박사가수 김세환 군이 직업 여성들의 우상인 남진군을 누르고 당당히 왕좌에 군림한 것은 젊고 차분한 친화력·지적 설득력을 가진 새로운 가수의 승리였다.
남녀노소 각층에 파고들고 있는 하춘화양의 재패는 최근 기업적이었던 그의「리사이틀」의 인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변화가 별로 없는 하춘화에 비해 「쇼맨」적인 「제스처」로 매력을 끄는 김추자가 근소한 차로 뒤진 것은 지난「스캔들」의 여파가 아직도 다소나마 그의 인기에 제동을 걸고 있는 듯하다.
특히 올해의 특색은 신인가수가 대거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이변은 소위 이때까지의 일류 「이미지」가 거의 불식되고 오리려 선배가수들이 갖지 못한 오늘의 새로운 감각을 잘 살려나간다면 가요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유한철(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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