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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고생 취직보다 대입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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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해 실업계 고등학교인 논산공고를 졸업한 김종민(20·한밭대 1년)씨는 중소기업 4곳에 취업이 확정됐지만 진학으로 진로를 바꿨다. 바로 취업할 경우 대졸자에 비해 급여가 떨어지고 사회적으로 번듯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업고 학생들이 취업보다 대학을 크게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전문 직업인을 양성한다는 실업고의 설립취지가 무색할 지경이다.

◇크게 높아진 실업고 진학률=부산시 금정구 대진정보통신고는 올해 졸업생 4백50여명 가운데 86%인 3백85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대구시 수성구 영남공고도 올해 졸업한 7백여명 중 6백여명이 진학했다. 3백9명은 4년제 대학에, 2백94명은 2년제 대학에 각각 합격했다.이 학교 나영택 교감은 “대구지역 웬만한 인문계 고교 못지 않은 합격률”이라고 자랑했다.

올해 대전시내 실업계 고교 졸업생의 진학률은 59%로 취업률(38.7%)을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44.1%)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실업고생의 대입열풍을 보여준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실업계 고교생의 진학은 2001년 49.8%를 기록해 최초로 취업률(45.1%)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졸업생 가운데 80%가 대학에 진학한 청주기계공고의 김연창 교사는 “취업했던 학생들이 뒤늦게 진학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보수나 승진 등에서 고졸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사실을 입사 직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충북교육위원회가 2002년 말 현재 중소기업의 임금을 조사한 결과 고졸 4년차 월급은 평균 1백50만원으로 대졸 신입사원(2백만원)의 75% 수준에 불과했다.

군산상고 이동열교감은 “고졸자들이 갈 만한 기업이 대부분 기피 업종인 것도 실업계 학생들이 진학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특히 대학 정원이 크게 늘어난 데다 많은 대학들이 동일계(실업계) 학생 특별선발 제도를 시행해 문호가 넓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문제점과 대책=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늘면서 실업계 학교들이 교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특기적성 교육시간 등을 활용해 대입지도를 하고 있다.

대진정보통신고 김길용 교장은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 대부분이 진학을 원해 어쩔 수 없이 대입 위주의 수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 한독경영정보여고 정순택 교장은 “대학 가려는 학생에게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직업교육을 시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 이승표 연구관은 “실업계 고교생의 진학 선호 추세가 갈수록 뚜렷해져 산·학 연계 교육과 현장실습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유대열 장학사는 “고졸자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이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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