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물의 해 물의 날] 섬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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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시 한산도 북쪽의 여차마을. 요즘도 굴 까는 아낙네들 손길이 바쁜 청정해역이지만 정작 먹고 쓸 물은 사철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98년 1억9천여만원의 국고.지방비를 들여 바닷물을 민물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시설(조수기)을 설치했다. 생산용량은 하루 40t으로 50세대 2백여명의 주민이 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달 들어서는 한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그동안 비교적 비가 잦아 조수기 물 대신 뒷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모아 썼다. 계곡물은 공짜인 반면 조수기 가동에는 적잖은 전기요금이 든다.

마을 이장 이두천(65)씨는 "하루 4,5시간만 가동해도 한달 요금이 30만원을 넘어간다"며 "섬 주민에게는 큰 돈"이라고 말했다. 정작 지난 주말 가동하려니 고장이 나 있었다. 주민들은 물탱크에 모아둔 물을 쓰면서 수리가 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산도 남서쪽의 학림도 학림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곳은 조수기를 돌리는 데 필요한 3백80V 전기를 끌어오기 힘들어 함께 설치한 발전기가 이달 초 고장이 났다. 조수기 수리비는 시에서 지원해 주지만 발전기 수리비 75만원은 63세대 주민들이 부담해야 한다.

섬지역의 물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한 해수담수화 시설이 겉돌고 있다. 정부는 97년부터 물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1백57억여원을 들여 경남 진해.통영.남해, 전남 영광.신안.여수, 충남 보령.서산, 전북 군산 등의 섬지역 36곳에 시설을 설치했다. 이외에 7곳이 가동 준비 중이고 14곳에 설치계획이 세워진 상태다.

그러나 기존 36곳은 대부분 가동률이 저조하고 8곳은 아예 멈춰섰다.전기요금이 부담스럽고 나이든 주민들이 작동하기 힘들어서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담수화 시설의 물 1t 생산비용은 필터교환비.전기료 등을 포함해 5백80~3천8백50원.전국 평균 수도요금(4백89원)의 최고 8배에 달한다.

관리도 쉽지 않다. 관리인을 따로 두고 있는 곳은 전남 신안군 홍도.제주 북제주군 우도 등 네 곳뿐이다. 나머지 섬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가동을 맡아 크고작은 고장에 제대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통영=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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