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북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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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관상대는 태풍 제16호 「폴리」와 제17호 「로즈」의 북상으로 전국이 강풍권에 들게 되었다고 예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 29일에는 미완성태풍인 열대성저기압의 영향으로 남서해 일대가 큰 피해를 보았다. 이 때 61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고 제주에서는 5억원이상의 피해가 있었다.
태풍이란 막을 길이 없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고작이다. 지난여름에 미국의 국방성과 상무성이 「허리케인」평정작전을 편 적이 있다.
이것은 태풍을 본토 상륙전에 약소화 시키려는 것이다. 곧 비행기를 태풍진로 상에 띄워 옥화은의 분말을 뿌린다. 그러면 수증기가 빙결하며, 이 때 방출되는 열로 소형의 저기압이 생겨서 「에너지」가 태풍의 눈에만 집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제1회 실험 때의 태풍은 수폭 4백발정도의 힘을 가진 것이었다. 이 때 16대의 비행기를 날려 성공을 거두기는 했다.
이러나 아직은 모든 게 보험단지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태풍의 발생을 미리 알아내고 그 진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수밖에는 없다. 이게 우리 나라에서는 엉망인 것이다.
원래가 천기예보란 맞히기가 어려운 것이다. 적중률이 80%만 되어도 잘 맞는 편에 든다. 3면이 바다이며 북쪽에 광활한 대륙을 업고 있는 우리 나라의 기상처럼 민감한 곳도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폭풍은 한 기상관측지점에서 다음 기상관측지점에 이르는 거리보다도 작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양 지점사이에서 발생하는 폭풍우는 좀처럼 관측하기가 어렵다. 이런 결함을 시점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반경 0.8㎞이하의 기상의 변화까지도 관측할 수 있는 기상위성의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뭣보다도 중요한 것은 중앙의 기상대와 지방의 관측소사이에 늘 긴밀한 연락을 갖는 일이라고 MIT의 기상학자 「프레드릭·샌더즈」는 보고 있다.
이런 것을 위해 「레이다」에 연결된 전자계산기로 수치예보를 하는 등 선진국들은 무척 고심하고 있다.
가령 일본에서는 매일 두 번씩 전국 20개 소에서 고층관측을 하고있다. 기구를 올려서 지상 1천, 5천, 1만m의 풍속·기압·습도를 관측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밀한 관측을 해도 천기예보의 적중확률은 80%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에 관측을 하루 2회에서 6회로 늘리기만 하면 확률은 90%로 높일 수도 있다. 그게 어려운 것은 예산부족의 탓이라는 얘기다.
이런 나라들의 기상관측 설비들과 비겨 본다면 우리 나라의 기상대에서 그래도 비가 올 때 비가 온다고 관측할 수 있는 것만도 다행스럽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모든 게 원시적인 것이다. 장마를 알려주지 못하고, 태풍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다고 관상대만을 탓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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