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 비리 포착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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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와대 사정(司正)팀이 합법적 조직으로 새롭게 정비돼 재가동되기 시작했다.

지난 정부에선 일명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이 '옷로비 사건' 축소은폐 사건의 여진으로 해체된 뒤 이른바 청와대 내에 '별관팀'을 운영해왔다.검찰.경찰로부터 수사관을 파견받아 가동됐던 별관팀은 사직동팀과 같은 성격의 조직이었으나 법적인 근거없이 설치.운영된 데다 실제 활동상황이 베일에 가려져 왔다.

그래서 청와대는 '특별감찰반'이란 이름의 사정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대통령 비서실(민정수석실)직제에 편입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정팀이 경찰 직제상의 조직일 때는 수사행위를 할 수 있었으나 특별감찰반은 수사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강제처분권이 없는 비리 첩보와 조사 정도로 업무범위가 제한된다"고 말했다.

감찰 대상도 한정했다. 무엇보다 정치인과 기업인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특징이다. 정치개입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사정팀 인원도 과거에는 40명 선이었으나 이제는 12명 정도로 축소했다. 국민의 정부에선 경찰 총경(4급)이 사정팀을 이끌었으나 이번엔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맡게 됐다. 특별감찰반장인 윤대진(尹大鎭) 청와대 행정관은 39세의 수원지검 검사 출신이다.

이런 조치들은 모두 조사 은폐, 월권 시비 등에 휘말렸던 사직동팀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사정팀을 정비해 재가동하는 이유는 측근이나 친인척 비리의 차단 여부가 향후 노무현(盧武鉉)정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래서 특별감찰반에는 막강한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별감찰반은 이미 사회 지도층에 대한 각종 비리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민정수석이 과거 정부에서 임명됐던 공기업 산하단체 임원들에 대해 "상당한 비리 정보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동교동계가 주축이 된 민주당 구주류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文수석은 '대통령 측근의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정보가 있다"고 칼날을 겨누었다. 성역 없는 사정태풍이 몰아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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