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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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시아」경기대회는 말하자면 「아시아」인의 「올림픽」이다. 「아시아」경기연맹(AGF)에 가입한나라는 모두 참가할 수 있다. 이 연맹에는 「이스라엘」과 같은 자칭 「아시아」국가도 가맹해서 이채를 띠지만, 「터키」와 같이 엄연한 「아시아」국가가 가입을 기피한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아시아」인이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면서도 한 「그라운드」에 모일 수 있는 것은 무위한 일은 결코 아니다.
이번 74년 대회에는 중공이 등장해서 「아시아」인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대만은 중공세에 밀려 축출되었다. 모든 「아시아」인의 허심탄회하게 한자리에 모일 수 없게 만드는 「정치현실」은 따로 있는 것 같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남과 북이 각각 다른 「팀」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경우는 『같은 「아시아」인』이 아니고, 『같은 민족』인 것이다. 「아시아」의 「그라운드」는 이처럼 같은 대륙권이면서도 다른 색깔로 물들어있다.
「아시아」경기대회는 4년마다 「올림픽」대회의 중간년에 열린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패트로니지」(협찬)를 받아 「아시아」경기연맹이 주최한다. 1948년 「런던·올림픽」대회 때 인도의 「송티」IOC위원이 주창했었다. 공동의 표어는 『Ever Onward』. 『한없는 전진』을 기약한 말이다. 『전진』은 개도국이 대부분인 「아시아」인에겐 더 없이 절실한 공동의 과제이다.
이번「테헤란」대회는 하마터면 유산이 될 뻔한 곡절도 있었다. 『중공가입·대만추방』이라는 정치극이 빚은 위기였다. 1973년11월 「이란」의 수도 「테헤란」서서 열렸던 AGF평의원회는 찬성 38, 반대 13, 기권 5, 투표불참가 1로 그것을 승인했다.
그러나 「말레이지아」「타일랜드」「인도네시아」등은 반발했었다. 한편으로 국제 「올림픽」위(lOC)나, 국제 각 경기연맹(IF)도 「페트로니지」를 포기한다고 위협했다. 이것은 「아시아」경기대회에서의 각종 기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금년2월 「로잔」에서 열린 IOC집행위는 「테헤란」대회를 공식으로 인정해주었다. 일설에는 산유국인 「이란」에 대한 의식적인 호의가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젠 정치뿐 아니라 자원까지도 「스포츠」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한없는 전진』을 다짐하는 「아시아」경기대회의 이상은 그런 데에 있지는 않다. 『화해를 위한 전진』『공존을 위한 전진』이야말로 『한없는 전진』의 참뜻일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어느 대륙의 민족들보다도 뼈아픈 식민시대를 겪은 역사를 갖고 있다. 또 정치적·경제적으로 여전히 후진국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아시아」청년들의 「스포츠」정신은 그런 현실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데 두어야 할 것이다. 「아시아」경기대회의 뜻은 이런 전진적인 자세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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