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혼가족도 가족'이라는 열린 시각 갖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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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결혼하지 않은 미혼모와 미혼부 자녀로 출생신고된 혼외자녀가 2012년을 기점으로 한 해 1만 명이 넘어섰다. 본지가 기획한 ‘신 가족의 탄생, 혼외자녀 리포트’(8일자 16면)에 따르면 싱글맘을 선택한 여성 중 30대 이상이 절반을 넘었고, 이들은 10·20대의 비자발적 미혼모와 달리 자발적으로 싱글맘을 선택한 적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당당하게 아이를 기르고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비혼(非婚)가족도 이젠 낯설지 않은 말이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거나, 특정 목적이나 공동의 이해관계가 맞아 연합해 가족을 이루는 경우가 흔해진 것이다. 우리 민법이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는 ‘혼인·입양·혈연으로 구성된 사회의 기본 단위, 이성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만 정상이라고 주장하기엔 이 시대의 가족은 형태도, 내용도 다양해졌다. 인구통계로도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절반을 차지한다.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1인 주택 공급이 늘어나고, 독신가구에 대한 일부 행정적 지원을 늘리는 추세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싱글맘이나 비혼가족에 대한 정책적·법적 지원은 거의 없다. 비혼가족들의 경우 장기 임대주택 신청 자격이 제한되고, 건강보험에서도 피부양자 설정이 안 되는 등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정책 사각지대에 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을 비정상으로 보는 폐쇄적 인식도 이들을 괴롭힌다. 직장에 다니며 임신·출산을 한 싱글맘에게 사퇴 압력을 가하거나, 출생신고를 하며 공무원에게서 무례한 대접을 받는 등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통해 비혼가족을 법적으로 인정해 세금과 사회보장에서 법률혼과 동등한 혜택을 누리도록 하고 있다. 가족제도의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20년 후엔 전체 가구의 70%가 1~2인 가구가 될 것으로 추산될 만큼 가족해체의 진행속도가 빠르다. 가족은 변하고 있다. 열린 시각으로 관련 제도와 인식을 시급히 개선하는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