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에 맛·디자인 수술한 '성형주'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금요일이던 지난 7일 저녁, 직장 일을 마친 전형우(33)씨는 일주일간의 피로감에 휩싸여 서울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편에 위치한 라운지 더방갈로를 찾았다. 바에 자리를 잡은 그는 익숙하게 레미소다 한 잔을 주문했다. 그는 “기분 전환 겸 이곳을 종종 찾는다”며 “코냑 레미마르탱에 탄산수를 섞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집에서도 즐겨 마신다”고 말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위스키·코냑 등 고급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줄어들자 맛을 다양화한 ‘성형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위스키는 2010년 270만 상자(700ml 12병 기준) 정도 팔리다 해마다 판매량이 줄어 지난해엔 197만 상자로 감소했다. 코냑의 판매량은 2만6591상자에서 1만3350상자로 3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반면에 칵테일에 주로 사용되는 보드카·럼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위스키·코냑 업체들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칵테일 붐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은 최근 20∼30대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해 칵테일 ‘셰리몽(Sherry Mon)’을 들고 나왔다. 에드링턴코리아 김태호 부장은 “싱글몰트는 맛과 향이 강하고 보드카나 럼에 비해 비해 가격이 비싸 칵테일 재료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맥캘란 특유의 오크 향을 살리면서 20대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테마로 주말마다 일부 클럽에서 칵테일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발렌타인’은 헤이즐넛·핫초코를 첨가한 칵테일을, 시바스리갈은 오렌지·체리 칵테일을 선보이며 젊은 층에 손을 내밀고 있다. 레미마르탱은 코냑 30ml와 토닉워터 90ml를 얼음이 든 잔에 넣은 레미소다를 통해 코냑의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클럽과 바에서 세트 메뉴로 팔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 중에서는 소주만 팔던 맥키스(옛 선양)가 지난해 3월 아예 “칵테일을 위한 술”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맥키스를 내놓았다. 이 술은 출시 9개월 만에 60만 병이 팔리며 선전했다. 이 회사 김규식 유통사업본부장은 “본격화된 국내 칵테일 시장의 성장을 감지하고 2012년 초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맥키스의 후속 제품인 ‘깻잎 담은 믹싱주 맥키스’도 최근 출시됐다. 무엇보다 위스키 등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다. 서울 신림로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성우(24)씨는 “값이 1만원 이하로 저렴해 부담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술에 콜라·사이다·오렌지주스 중 하나를 넣으면 다양한 맛의 칵테일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학생인지라 가격 부담 때문에 편의점에서 맥키스를 음료수와 함께 구입해 숙소에서 주로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디자인을 바꾸거나 독특하게 꾸며 반전을 노리는 술도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위스키 J&B 병 전체에 문신 모양을 새겨넣은 ‘J&B 타투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았다. 자외선(UV) 라이트를 받으면 병 전체에 입힌 핑크·그린·블루·오렌지·옐로·퍼플 등 여섯 가지 색상의 J&B 패턴이 형광으로 선명하게 빛난다. 깻잎 담은 믹싱주 맥키스는 육각형 모양의 유리병 디자인에 반전 매력을 숨겼다. 투명한 병 라벨 뒷면에 무지개 일곱 색깔을 인쇄해 병을 돌려 보면 형형색색이 나타난다. 보는 각도에 따라 ‘깻잎혁명 맥키스!’ 문구와 익살스러운 표정의 방송인 신동엽의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