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졸속으로 엮어진|일본의 복지사회 청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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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근착 영국의 「이코너미스트」지는 최근 일본 경제기획청이 발표한 복지사회 건설계획안을 놓고 사뭇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자기기만과 졸속이 난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동지가 일본의 청사진을 평한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편집자 주>
최근 일본 경제기획청은 아주 야심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85년까지는 현재의 성장 제일주의에서 탈피, 이른바 고도복지사회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그 골자다.
한데 기획청이 이 청사진의 작성에 사용한 것은 경제예측「모델」 가운데서도 가장 복잡하고 기교적이며 함정이 많은 「코즈모·모델」이었다.
계획 입안자들이 「코즈모·모델」에 투입한 4대 기본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보장 지출을 매년 20%씩 증액, 현재 GNP(국민 총생산)의 5.4%인 것을 85년까지는 11.8%로 올린다.
둘째, 1인당 주거면적을 현재의 20.5㎡에서 28㎡로 늘린다.
셋째, 주5일 근무제를 실현해서 노동시간을 연 2천 1백 97시간에서 1천 8백 시간으로 단축한다.
넷째, 대기중의 아황산「개스」를 현재의 25%선으로 줄인다.
한데 일본의 연간 아황산「개스」생산량은 55년에 불과 51만t이던 것이 올해는 2백만t으로 급증했다.
기획청의 청사진에 의하면 85년도의 아황산「개스」생산량이 55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4개의 기본목포에 대해 계획 입안가들이 추정한 전제가 또한 걸작이다.
이에 따르면 85년까지의 인구증가율이 연 1.1%, 고용자증가율은 0.7%(5천 2백만∼5천 7백만 명)이며 세계무역은 연 8.2%일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세계무역의 실질 신장률을 연 8.2%로 잡은 것은 어느 모로 보더라도 모험적이다. 그리고 경제예측「모델」은 기본전제가 잘못되어버리면 마지막 해답이 전혀 엉뚱하게 나오는 것이다.
어쨌든 기획청은 이상의 목포와 전제를 가지고 「컴퓨터」와 씨름한 끝에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의 실질 GNP성장률이 연 7.1%, 임금 상숭률은 15.7%에 이르러야한다는 해답을 얻었다.
그러나 기획청 자체의 검토에서도 밝혀졌듯이 이것은 신기루적인 「비전」의 냄새가 짙다.
예컨대 세계무역과 일본의 수출 신장률을 당초 예상했던 8.2% 대신 6%로 낮추자 「컴퓨터」가 제출한 해답은 GNP 성장률 6.1%, 복지사회건설 무망이었다.
청사진의 허구성은 자원수급계획이나 무역수지 예상에서도 역력히 나타난다.
기획청에 의하면 고도복지사회가 실현될 85년에는 원유소비량이 33억「배럴」(현재는 17억)로 배증되고 기타 철광석·석탄 등 모든 원자재 소비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85년 현재 경상거래 흑자는 1백 30억「달러」로 잡고 있다. 문제는 그때가서 그만한 원자재를 요즘처럼 싼값으로 쓸 수 있는가, 또 국제사회가 그처럼 거대한 흑자를 잠자코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 안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예컨대 통산성은 원자재확보와 무역흑자에 모두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고 한다.
어쨌든 경제기획청의 이번 계획은 구상이 대담스러운 점에서도 놀랍지만 무책임할 정도로 거칠게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영 「이코너미스트」지=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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