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작의 시인 이육사 25번째 시 새로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 이절이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청포도)의 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의 이제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25번째의 시가 김윤식씨(서울대 교양학부 교수·문학평론가)에 의해 새로 발견되었다.
육사가 별세한 후 46년 신석초씨 등 문우들이 펴낸 육사의 첫 시집 『육사 시집』에는 생전에 그가 발표했던 23편의 시가 실렸었다. 그 후 문단에서는 육사의 작품이 어디엔가 더 발표됐을 것으로 보고 발굴작업을 계속했으나 찾지 못하다가 60년대 후반에 이르러 김윤백씨가 『풍림』지에 실렸던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를 발견, 71년 간행된 육사시집 『광야』에 24번째 시로 등록했을 따름이었다.
본래 과작이기 때문에 이제까지 밝혀진 작품 이외에 많은 작품이 더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가열한 상징의 시인으로서, 절정의 시인으로서, 혹은 한국시의 척도로서 육사에 대한 후세의 책임감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그의 문학행위 전체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새로 발굴된 육사의 25번째 시 『광인의 태양』도 42년 모 신문 토요 시단을 통해 소개된 소품이지만 철저하게 연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육사가 문학활동을 하던 때는 문학사적으로 문단의 암흑기였다. 이 시기에 많은 문인들이 변절하여 친일문학으로 타락했으나 육사는 일련의 저항시를 통해 상징적이면서도 화려한 수법으로 암흑 속에서도 민족의 신념과 의지를 노래했다.
특히 그의 시작활동이 41년에 이르러 중단된 것으로 본다면 『광인의 태양』은 그가 시 필을 내던진 후 처음이자 마지막 쓴 육사 최후작품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깊은 상징성을 띤 이 시의 오묘한 뜻은 바로 육사자신의 마음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김윤식씨에 의해 발굴된 『광인의 대양』전문은 다음과 같다.
본명 라이풀선을 튕겨서 올나
그냥 화화처럼 사라서 곱고
오랜 나달 연초에 끄스른
얼굴을 가리션 슬픈 공작선
거츠른 해협마다 흘긴 눈초리
항상 요충지대를 노려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