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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매일신문·산경신문 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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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에 대한 일본 신문들의 논조는 박 대통령의 무사를 다행으로 여기고 육 여사의 서거에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한결같이 이 사건이 악화일로를 걷고있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쳐 양국관계를 경화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사건 직후 일본 신문의 사설들은 『한·일 양국간의 단층의 심화를 우려한다』(일경 6일자) 『한·일 관계개선에 성의를』(상께이 17일자) 『어둠에 덮인 한·일관계』(요미우리 16일자)등 양국 관계의 경화를 우려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육 여사의 장례날인 19일 「마이니찌」지는 『재일 조선인의 정체를 파헤친다』는 제하의 사설을 싣고 이 사건이 내포하고 있는 양국관계의 보다 깊은 부분을 「터치」하면서 『재일 한국인의 존재를 일본인의 원죄-일본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짊어지지 않으면 안될 숙명적인 죄로 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19일자 「마이니찌」와 17일자 「상께이」사설내용. <편집자주>

<매일신문>(19일자)
①한국 대통령을 노린 문세광이 일본인이 아니어서 많은 일본인으로 하여금 안도의 숨을 쉬게 했다. 도의적 책임을 지지않게 됐다는 의미에서 이 감정은 자연스럽다.
②그러나 범인이 일본인이 아니라고는 하나 재일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우리들은 문에 관한 일을 단순한 화제로 흘려보낼 수 없으며 서울의 민중은 『일본인 탓』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는 현실을 일본인은 마음에 새겨야할 것이다.
③문은 여권표면에 금색으로 새겨진 국화문장이 박힌 일본 여권으로 한국에 입국했고 범행에 사용된 권총도 일본 경찰의 비품을 불법으로 입수한 것이었다.
④범행동기에 있어서는 「텔라비브」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영웅적 행위를 함으로써 박수를 맡겠다는 일본의 정신적 풍토가 작용하고 있었음은 의심할 나위없다.
⑤문이 어떤 정치적 신조를 가졌는가에 관계없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고 일어로 생활하면서도 일본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일본 국적의 유무가 문제가 아니라 일본인이 되려고 해도 일본인으로서 취급받지 못하는, 또 일본인이 완전히 될 수 없다는, 한국인으로서 투철하려 해도 이것 또한 한국에서 자라난 한국인과 같이 될 수 없다는 초조감 속에서 일본의 「매스컴」에서 알게된 한국의 정치정세는 일본인이 받아들인 것과는 다른 이질적인 과격한 것을 그에게 심어준 것이 아닌가.
⑥문의 부모들이 일본에 건너온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대부분의 재일 한국인이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일본의 한국 식민지 지배가 그 배경에 깔려 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 일본에 흘러 들어온 사람들의 자손중의 하나가 문이었다는 사실은 비통한 일이다. 또 문에게 대통령의 생명을 저격당한 한국인이 『일본의 탓이다』라고 하는 말은 더욱 비통하지 않은가.
⑦일본이 반 박 정권, 반 한국활동의 기지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한국인에게는 있다. 한국과는 정치체제를 달리하는 일본으로서는 이 같은 한국 측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일 한국인 사이에는 사상대립, 각 단체간의 반목감정이 격화될 낌새가 있다.
⑧「다나까」 수상이 고 육 여사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데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있으나 우리들은 무엇보다도 먼저 재일 한국인의 존재를 일본인의 원죄-일본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짊어지지 않으면 안 될 숙명적인 죄로 삼는 관점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 저격사건이 의미하는 말을 파헤쳐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산경신문>(17일자)
『한국을 둘러싼 내외정세가 갑자기 유동되고 있다. 내정 면에서 재일 한국인의 한 사람에 의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이 한국정부의 태도를 한꺼번에 경화시켜 한국정부는 치안대책을 포함한 국내체제를 일층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 예상된다. 외교 면에서는 김대중씨 사건의 수사중지 결정에 관한 한국 정부의 대일 통고는 한·일 양국 간의 단층을 더욱 깊게 했다. 한국의 정치안정과 한·일 우호관계 유지를 바라는 것에서 보면 어느 것도 우려를 금치 못하는 정세의 전개이다. 우선 문제는 박 대통령의 저격사건이 한국 국내 정치에 주는 파문이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처음 있는 이 저격사건으로 한국민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하고도 남는 일이다. 우리들은 육 여사의 서거에 거듭 마음으로부터 애도의 뜻을 표시한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은 이 사건이 한국의 정치에 「증오의 악순환」을 일으켜 정세를 일층 극한으로 몰고 가지 않나 하는 점이다.
물론 이번과 같은 「테러」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이 국내체제 강화정책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반체제 활동의 억제수단이 되는 것을 우려 두 번째로 우려하는 것은 한국 측의 경직된 대일 자세이다. 예컨대 김대중씨 사건에 대한 한국 측의 이번 통고는 너무나도 일본 국민의 감정을 무시한 것이다. 한국이 준 전시 하에 있다는 자의 특수사정의 인식을 일본측에 구하려면 민주적 자유의 질서가 이 사건으로 침범된 것에 반발하는 일본측의 국민감정도 이해돼야 한다.
한국의 안전은 국내단결과 일본 여론의 지원이 있어야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이 당면한 고뇌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을 초월해 장기적인 한·일 우호관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유연한 내외정책의 전개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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