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막고 심장 지켜주는 호두, 깨 먹지 말고 익혀 드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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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꽃보다 누나’란 케이블방송 프로에서 탤런트 김희애씨는 “공항에 무엇을 챙겨 왔느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김치·김·고추장이 아닌 “견과류 조림을 해왔다”고 대답했다. 담당 PD가 “견과류를 왜 먹어야 하느냐”고 되묻자 김씨는 “피부에도 좋고, 노화방지에 좋고…”라고 예찬했다. 방송이 나간 뒤 견과류(堅果類)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견과류는 정월 대보름(14일) 밥상의 ‘단골손님’이다. 절식(節食)인 부럼은 ‘부스럼’의 준말이면서 호두·날밤·은행·잣·땅콩 등 껍데기가 딱딱한 견과류를 총칭한다. 우리 선조들은 처음 깨문 것을 밖으로 던지면서 ‘부럼이요’라고 외치면 그해엔 부스럼·뾰루지 등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부럼(견과류)이 피부 건강에 이로울까? 김희애씨처럼 견과류 멸치볶음을 즐겨 먹는 것이 동안(童顔) 피부의 비결일까?

부럼이 피부 건강(특히 건성 피부)에 유익하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적당량 섭취하면 피부의 유분과 수분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부럼엔 비타민 C와 E 등 피부 노화 억제(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부럼에 든 니아신(비타민 B군의 일종)·필수 지방도 부스럼·종기의 예방·치유에 유익하다. 그러나 부럼은 지성 피부인 사람에겐 권장되지 않는다. 과도한 섭취는 피지 분비를 증가시켜 여드름 유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부럼을 ‘딱’ 하고 깨물면 치아가 단단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고기산적을 ‘이 굳히기 산적(固齒炙)’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부럼을 무리하게 깨물다간 오히려 치아가 상한다. 이 굳히기를 하다가 치아가 빠지면 우유에 담아 즉시 치과의사에게 달려가야 한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부럼(견과류)은 하루 한 줌가량이 적당량”이며 “부럼의 대표 격인 호두엔 멜라토닌이 풍부해 불면증 완화에도 유익하다”고 말했다.

호두를 가볍게 구우면 견과류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호두를 쿠키 팬에 놓고 176도에서 8∼10분간 가열하거나, 전자레인지용 용기에 담아 5∼6분 돌리거나(중·고열로 세팅하고 2분마다 뒤집어준다), 프라이팬에 놓고 자주 저으면서 중·고열로 3∼5분 가열하면 구운 호두가 된다. 깐 호두를 끓는 물에 넣은 뒤 불을 끄고 2분간 뒀다가 물기를 빼면 호두 데치기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호두는 심장 건강과 암 예방에 이롭다. 미국 프로비던스 심장·혈관연구소 제임스 베커먼(심장 전문의) 박사는 “호두엔 오메가-3 지방의 일종인 알파 리놀렌산(ALA)이 1온스(약 28g)당 약 2.5g 함유돼 있으며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며 “심혈관 질환은 물론 전립샘암, 여성의 2형(성인형) 당뇨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마셜대학 일레인 하드먼 교수는 “심장 건강을 개선하고 치명적인 심장발작 위험을 낮추기 위해선 ALA 함유 식품을 식단에 더 많이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두는 주로 9~11월에 생산되며 호두나무를 잡아 흔들어 떨어뜨리는 기계를 이용해 열매를 딴다.

미국 캘리포니아호두협회 데니스 밸린트 대표는 “호두나무는 나무를 심은 후 약 5~7년이 지나 열매를 맺기 시작하고 이후 100년간 계속 열매를 맺는다”며 “상업용 호두 품종은 30여 개에 달하며 잉글리시 월넛 또는 페르시안 월넛에서 개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폐용기에 넣어 습도가 낮고 시원한 곳에 두는 것이 최선의 호두 보관법이다. 햇빛과는 멀리할수록 좋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6개월, 냉동실에 두면 1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박태균 식품의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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