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힘!… 시청률 막강 3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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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작가 김수현씨

소리없이 강하다. KBS-2 TV 주말드라마 '부모님전상서'에 꼭 맞는 표현이다. 가족애란 뻔한 주제에, 일상 생활을 늘어놓는 밋밋한 줄거리로도 시청자들을 열광시킨다. 첫회 19.9%(TNS미디어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줄곧 상승세다. 지난 주말엔 36.2%를 기록, '대박'의 문턱에 올라섰다. 그 인기몰이의 선장 격인 김수현 작가를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장식 없이, 헛짓 안하고"="부모 자식 관계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어요. 요란한 장식 없이, 헛짓도 안 하고요. 모든 걸 다 포용하는 가족의 모습을 보고 젊은이들이 '아, 우리 부모님도 저렇지'라고 한번쯤 생각하면 되는 거죠."

그의 표현대로 '부모님전상서'엔 장식도 헛짓도 없다."섬세하게 표현할 능력 있는 배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화려한 스타 캐스팅도 안했다. 출생의 비밀이나 삼각관계 같은 흥행 코드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상식적으로 그릴 뿐"이다. 요즘 트렌디드라마에 대해 "우연이 계속되는, 말도 안 되는 뻔한 얘기라 볼 게 없다"고 혹평하는 그가 그 대척점이 어딘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진짜 삶처럼" 주인공도 따로 없다. 소박하게 사는 안 교감(송재호)의 가족 모두가 주인공이다. 그 속에 부부.고부.사돈.동서 갈등 등이 녹아 있다. 장애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다.

"장애인을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편안하게 보여주겠다"는 그의 의도대로 극중 준이(유승호)는 '정상적'으로 살고 있다. "자폐아 연기가 쉽지 않을텐데…, 유승호 걔 보통이 아니에요. " 준이 얘기가 나오자 연기자들 사이에 '호랑이 선생님'으로 통하는 그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사람 속은 다 따뜻해"='부모님전상서'엔 나쁜 사람도 없다. "사람 속은 다 따뜻하다"는 생각에서다. "단지 환경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드러날 뿐"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시청자들이 공감하도록 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은 극중 '희한한' 캐릭터까지 다 이해한다. 자폐증 아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외도하는 창수(허준호), 대놓고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나문희), 돈 아까워 신혼여행까지 취소한 둘째아들(이동욱), 경우 없고 무례한 미연 엄마(김동주), 애 딸린 이혼녀를 좋아하는 찬호(이찬) 등을 보고도 고개를 끄덕여준다.

◆"작가는 타고 나는 것"=그는 마감시간에 철저한 작가로 유명하다. 매주 화요일 작업을 시작해 이틀반 만에 한 주 분량을 끝내고 목요일 오후 대본연습에도 빠지지 않는다. "저녁 먹고 나선 일 안한다"는 그에겐 밤샘작업 끝에도 마감을 못 맞춰 촬영장으로 쪽대본을 넘기는 '요즘 작가'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무나 드라마 작가 하겠다며 나서는 게 문제예요. 작가도 타고 나야 하는 건데…"

당초 50회로 기획된 '부모님전상서'는 18회 연장됐다. 인기를 빌미로 한 고무줄 편성이란 비난이 나올 법도 한데 시청자들은 도리어 "평생을 해도 지겹지 않을 드라마"(ID cappilot)라며 "교육적인 측면에서 오래 계속해달라"(ykwoon1)고 요청하고 있다.

그도 "그냥 일상을 그리는 거라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나도 모른다"고 말했다. 단지 "누구의 결혼이나 임신으로 마무리짓거나, 세월을 뛰어넘어 몇년 뒤의 모습을 보여주는 촌스러운 엔딩은 없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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