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은행가에 몰아친 파산위기-서독「헤르슈타트」은행의 폐업을 계기로 살펴본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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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경제가 혼란 속에 휘말리자 선진국의 은행들이 시험수위에 섰다. 은행이라면 건실한 기업으로 손꼽혀왔으나 작년미국의 어느 은행이 도산한데 이어 지난 6월말에는 서독은행「헤르슈타트·방크」가 또 문을 닫았다. 이외에도 파산직전에 갔던 은행은 부지기수였다. 은행의 파산사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기를 한 때문이었다.
선진국의 중소 은행들은 예금 유치가 극히 어려운 실정이고 자본주는 은행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으며, 미국은 물론, 영국·불란서·서독에서는 은행 파산방지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은행을 개설하기는 「비어·홀」을 차리는 만큼이나 쉽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여파가 컸던 「헤르슈타트·방크」의 폐업을 계기로 국제 은행가의 위기를 보면….
작년에 미국의 「내셔널·뱅크·오브·샌디에이고」가 붕괴했다. 격변했던 외환시장에 투기, 큰 손실을 본 때문이었다.
그후에도 각국에서 여러 은행들이 똑같은 파멸을 당할 뻔했으나 가까스로 위기를 면했다.
서독 「기로젠트랄레」은행은 일련의 외환 투자 때문에 1억1천만「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뉴요크」의 「프랭클린·내셔널·뱅크」역시 오산으로 외환을 잘못 거래한 결과 적자 속에 빠졌으나 연방 은행의 개입으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다. 굴지의 은행인 「스위스」의「유니언·뱅크」 또한 외환 거래에서 오리, 5천만「달러」의 손실을 맛보았다.
그러나 국제은행계의 가장 큰 충격은 지난 6월말 서독 「쾰른」시에 있는 「헤르슈타트」은행이 문을 닫은 것. 은행가 「이반·헤르슈타트」가 경영한 이 은행은 총 자산의 약6배에 달한 빚 10억「달러」를 지고 나자빠졌다.
「헤르슈타트」은행이 돌연 문을 닫자 채권자들이 당황한 것은 물론이었다.
상당수의 미국·영국은행들이 이 은행과 거래를 터 채 완결되지 않은 외환거래가 있었는데도 「헤르슈타트」은행은 돌연 폐업함으로써 부채를 갚기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적어도 3개 주요은행인 「뉴요크」의 「모건·개런티·트러스트·컴퍼니」 「런던」의 「힐·새뮤얼」과 「시애틀·퍼스트·내셔널·뱅크」가 수억「달러」를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헤르슈타트」은행의 도산은 외환시장에서 벌인 대대적인 투기 때문이었다. 「헤르슈타트」가 문을 닫은 충격파는 거세어 외환 거래가 급격히 줄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헤르슈타트」가 문을 닫기 전에 비해 10∼15%밖에 안되고 「런던」에서는 50%나 격감되었다.
더욱 불길한 것은 상인 상대의 소은행들은 갑자기 예금유치가 힘들고 투자가들이 소은행을 기피하는 통에 재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점이다.
「스위스」의 어떤 은행가는 앞으로 몇 주 이내에 몇몇 소은행들이 속속 파산 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현금과 금을 올 여름동안 집에 비장하도록 말하고 있다. 이같이 극단적 상황까지 몰고 온 진범은 물론 서방세계에서 점오되고 있는 정치적·경제적 불안이다.
주요 유류 소비국들은 막대한 국제 수지적자 속에서 「유러달러」시장으로부터 차관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누적되는 각국의 국제 수지 적자문제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경우 국제 수지적자 때문에 막대한 외채의 지불유예기간(모라트리엄)을 어쩔 수 없이 선언할지도 모르고 이렇게 되면 전체 금융사회를 파국으로 밀어 넣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최 된 국제결산은행(BIS·「스위스」의 「바젤」시 소재) 회의에서 미국·서「유럽」·일본의 중앙은행 대표들은 대은행의 파산 방지대책을 논의, 곤경에 처해있는 은행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자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헤르슈타트」은행의 파산 「쇼크」로 기반이 튼튼한 영국·「프랑스」금융가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인가된 2백48개 은행에 대해 외국과의 거래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는 영국에서 작년에 여러개 은행이 파산직전에 이르러 어음거래소가 개입, 구제된바 있는데 현재 「런던」의 금융 가는 재무구조 재편성이 한창이다.
한편 「프랑스」는 「플로팅·시스팀」을 택하고 있는 통화정책으로 금리의 진폭이 크기 때문에 은행은 항상 장기채무에 대한 자금 확보 책을 마련해야되는 입장에 있다. 그러나 미 재무장관 「잭·F·베니트」등 일부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는 넘었다고 보고 있다. <뉴스위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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