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긍정론」·「부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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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이래 학자들 사이에는 경제성장의 공과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다음에 소개할 「도널드·리드커」박사의 글은 성장긍정론과 성장제한론을 동시에 극복하면서 중용의 길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리드커」박사는 미 미래자원연구회원이며 AID(국제개발처)고문을 역임한바 있다.
경제성장에 관한 긍정론과 부정론을 보면 양쪽이 모두 무책임하다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긍정론자들은 경제성장이 소득재분배나 공해문제, 혹은 자원고갈문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이와 같은 부조리는 하나의 필요악이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한편 「제로」성장론자들은 성장의 중지야말로 환경보존과 자원위기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모두 무책임한 얘기들이다. 인류의 장래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를 환경파괴에 대한 무관심하는 것이나. 또는 빈곤에 허덕이는 인류와 현실을 무시한 채 경제성장에 반대하는 것이나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가 모색해야할 일은 『어떤 방법으로 경기성장과 환경보호·사회정의를 공존시킬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경종이 되었던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 의하면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앞으로 20년 안에 인구와 경제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해야한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나는 세 가지 점에서 이 보고서에 동의할 수 없다.
첫째, 이 보고서는 가격지구의 기능을 완전히 무시한 채 작성되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어떤 자원이 귀해져서 값이 오르면 가격기구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소비자들이 다른 값싼 대체재로 바꾸어서 수요를 줄이는 한편 생산자들은 종전까지 사용하지 않던 저질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둘째, 장기예측「모델」에 사용된 구성요소가 극단적으로 단순화 돼있다는 점이다.
공업생산이건, 공해건 .자원이건, 모두 한 개의 개념으로 파악, 결과적으로 그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갖가지의 선택가능성을 말살했기 때문이다
세째, 『성장의 한계』에는 인류문명발전에 가장 핵심적 요소인 기술진보가 무시되어있다.
「에너지」위기를 예로 든다면 과학기술의 진보는 현재 우리가 이용하고있는 석탄·석유·수력 외에 핵융합열·태양열·지열 등의 이용가능성을 시사해준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 봐도 철광석의 경우 54년에서 65년 사이에 매장량이 5배나 증가된 사례가 있다.
석유의 경우에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지금껏 탐사하지 않았던 해저유전이 적극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하지만 공해문제에 관한 한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공해방지투자비의 대폭증액만 뒤따른다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지난 70년 미국은 총85억「달러」(67년 가격)의 공해방지투자비를 지출했는데 환경보호청에 의하면 76년에는 3백36억∼4백75억「달러」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이만한 노력과 지구의 자체정화능력이 합쳐진다면 오염의 지속적인 체증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어쨌든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류의 장래를 영원한 빈곤 속에 몰아넣을 제로성장론도, 현재의 부조리를 항구화시킨 맹목적 성장제일주의도 아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한 지혜로운 성장추구의 방법인 것이다. <미 「사이언스」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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