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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의 고배 앞에 선「닉슨」|하원법사위 통과 확실한 탄핵 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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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김영희 특파원】동양 속담에는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정치「커리어」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닉슨」은 팔기의「찬스」가 전혀 없는 채 칠전의 고배를 들것이 확실해졌다. 하원법사위에서「닉슨」에 대한 탄핵 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것은 당초부터 예상했던 일이라 그것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표결내용이요, 그것이 앞으로 하원본회의의 탄핵심의와 상원의 탄핵재판에 던질 불길한 그림자이다.
「닉슨」탄핵방위선은 하원본회의였다. 그러기 위해서「닉슨」진영에서는 법사위의 탄핵움직임이 민주당「흡혈귀」들의 당파적인 음모요, 「린치」요, 「인민재간」(「지글러」대변인의 표현)이라고 선전공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사위의 토의결과를 보면「닉슨」진영이 말하는 민주당의 당파적 정치 「쇼」가 아니라 미국의 유권자를 고루 대표하는「닉슨」의 비행에 대한 규탄의 연합전선이었다.
남부의 민주당보수파와 법사위의 공화당의원들이『깊은 고뇌』를 억누르면서「닉슨」탄핵 쪽에 기운 것이다. 「칼드웰·버틀러」(공화·「버지니아」주),「로렌스·호건」(공화·「메릴랜드」주) 그리고「윌리엄·코언」(공화·「메인」주)같은 공화당의 젊은 기수들이 25일 밤의 일반토론에서「닉슨」성토에 앞장설 때 탄핵은『당파적인 음모』라는「닉슨」의 주장은 아주 설득력을 잃었다.
「닉슨」의 패배가 확실시된 것은 25일 상오 대법원의 판결에서 이미 예고되었다. 『「닉슨」재판소』라고까지 불리는 대법원이「닉슨」의 소위「대통령특권」주장을 물리치고「워터게이트」사건 은폐에 가담한「닉슨」측근의 재판에 증거로 필요한 몇 개의「테이프」를 「재워스키」검사에게 인도하라고 만장일치로 판결한 것은 백악관과「워터게이트」수사진사이의 선전전에서 백악관으로 하여금 백기를 들게끔 만든 꼴이 되었다.
대법원판결은 법사위의원 중 지금까지 태도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부를 탄핵찬성으로 몰아붙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또한 헌법이 대통령보다 우위에 있음을 확인하고 탄핵을 둘러싼 의회의 분위기, 백악관의 선전전과의 균형을 뒤집어놓았다.
그런 판결이 법사위의 탄핵 안 일반토론이 시작된 그 날 내려졌다는「타이밍」은「닉슨」에게 특히 치명적이었다. 일부 보수파를 대표하면서도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전국에 중계되는 TV「카메라」앞에서 이제는 마음놓고「닉슨」성토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 판결로「닉슨」탄핵찬성은 합법적일 뿐만 아니라 도리어 명예롭기조차 한일이 된 것이다.
하원 본회의가 8월말이나 9월초에 탄핵을 심의할 때도 이 판결은 크게 작용할 것이고 상원의 탄핵재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판결·법사위표결의 내용을 합산하면 하원표결은 상원의 재판을 기다릴 것 없이 「닉슨」의 사임을 불가피하게 만들 수도 있다. 법사위의 초당파적인「닉슨」탄핵통과로 「제럴드·포드」부통령은 한발 백악관으로 다가선 것이다.
「닉슨」이전에「앤드루·존슨」이 탄핵대상이 되었지만「존슨」은 남북전쟁이후의 재건정책을 둘러싸고 의회와 의견충돌을 빚었기 때문인데 반하여「닉슨」은 정치적「트릭」·탈세 같은 도덕적 권위의 타락이 문제가 되었다는데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탄핵반대론 자들은 탄핵재판이라는『정치적 위기』가 미국인들에게 용납할 수 없는 분노가 될 것이고 대외적으로도 미국의「이미지」가 먹칠 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TV화면에 나타난 법사위의 토의는 바로 미국의회민주주의의 정수를 과시하는 것이었다. 언론·법정, 그리고 의회는「워터게이트·스캔들」을 다루는데 각자의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64개「테이프」다. 「닉슨」측에선 대법원 판결을 복종한다고 하면서도『언제』라는 문제를 놓고 재주를 부릴 눈치다. 그것은「닉슨」이 숨기질 원하는 것이 그 「테이프」에 들어있지 않나 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만약에 그「테이프」에 정말로 숨겨진『골격』이 있다면 그때에는「닉슨」을 재판하는 하원과 상원의원들의『고민』이 한층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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