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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심장 … 철벅지만큼 단단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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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진 뉴스1]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네덜란드 헤렌벤.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이 설날을 맞아 하루 휴가를 즐겼다.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자전거를 타며 주위를 산책했다. 이상화에게 자전거는 신발처럼 친숙하다.

 이상화가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둘레 22인치(약 56㎝)의 허벅지는 화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기적의 동력을 그의 허벅지에서 찾았다. 이상화의 허벅지에는 ‘금벅지’ ‘꿀벅지’ 등의 별칭이 붙었다. 소치올림픽조직위원회 정보시스템 인포 2014에서도 이상화의 별명을 한글 그대로 ‘꿀벅지(Ggul Beok Ji)’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상화의 허벅지는 더 강해졌다. 여러 종류의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 ‘강철벅지’를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엔 지옥 같은 사이클 훈련을 했다. 평지와 오르막으로만 구성된 산악 코스 8㎞를 매일 탔다. 그는 “겨울 종목 선수들은 여름에 힘들어야 겨울에 웃을 수 있다. 한 번쯤 쉬고 싶어도 오기가 나서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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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든, 경기복이든 이상화의 건강미를 감출 수 없다. [사진 에스콰이어·뉴시스]

 강한 하체를 갖기 위해서 이상화는 할 수 있는 걸 다 했다.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땄고, 지난해 1월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처음 세계기록을 세우고도 ‘여름 지옥’에 기꺼이 뛰어든 것이다. 이상화의 허벅지는 23인치(약 60㎝)까지 커졌고, 올림픽을 앞두고는 체지방이 더 줄어 현재 22인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사이클 40㎞ 포인트 레이스에서 4위에 오른 조호성(40)은 “스케이팅과 사이클은 같은 근육을 쓴다. 이상화의 허벅지는 몇 년 만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지루한 반복운동을 매일 십수 년간 해냈을 것”이라며 “이상화의 하체 근육은 같은 선수로서 감탄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육상 200m 금메달리스트 장재근(52) 화성시청 감독은 “이상화의 동작이 육상 스타트만큼 절도 있고 정확하다. 스케이트를 탔는데도 힘의 분산 없이 앞으로 탁탁탁 치고 나간다. 최대 출력을 낼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고 힘을 모아 폭발시키는 동작이 인상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스타트 라인에 선 이상화는 오롯이 앞을 본다. 2인자는 옆 선수를 곁눈질하는데 이상화에겐 그런 모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상화의 스쿼트(앉은 채로 역기를 들고 일어나는 운동) 훈련은 태릉선수촌에서 정평이 나 있다. 여자 선수들은 아무리 무거워야 140㎏ 역기를 드는데 이상화는 어지간한 남자보다 무거운 170㎏을 든다. 순간 파워뿐 아니라 근지구력 강화를 위해 메달권에 들지 못하는 1000m 경기에도 빠짐없이 출전한다.

 이상화의 두 번째 동력은 ‘얼음심장’이다. 얼음처럼 차가우면서 단단한 심장으로 철벅지가 이상 없이 작동하도록 돕는다. 이상화는 “밴쿠버 금메달 이후 부상도 겹쳤고 1등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게 슬럼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평소 에세이를 많이 읽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화는 “지난해 워크숍에서 한덕현 (중앙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경기 전 5분 집중’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선수들은 큰 경기를 앞두고 지나치게 오래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정작 경기 때 집중력이 떨어져 큰 실수가 나오기도 한다”면서 “경기장 컨디션 등 꼭 확인해야 할 리스트를 만들어 경기 5분 전 집중 점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마지막 5분을 매니지먼트하는 것, 이게 철벅지만큼 단단한 이상화의 얼음심장을 만든 비결이다.

소치=김식·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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