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앞서는 개혁필요|이태영<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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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말로 가족법을 알고 있는 학자라면 가족법개정을 반대하고 나서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법으로 남녀차별을 할 수 있겠는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법이 앞서고 민중이 뒤따르는 것이 통례이다. 가족법도 현실에 한발 앞서 현실을 이끌어 가야 한다.
여성은 인간으로 태어날 때 남성과 다름없이 태어난다. 그러나 법률·관습 등의 굴레는 여성을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살아가기에 고통을 겪게 한다. 여성이 인간화되기 위해서는 가족법개정이 필요하다.
가정생활의 민주화를 위해서도 이것은 필요한 일이다. 부모·부부·자녀평등을 우리헌법은 규정해 가정의 민주화를 상정했으면서도 실제로의 가족법은 이 정신에 위배되고 있는 것이다.
여자도 가장이 되고 어머니도 친권을 갖겠다는 등의 가족법 개정은 단순히 여성의 권리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까지 부담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숙제의 하나인 가족계획사업을 위해서도 이제까지의 가족제도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들본위의 가족제도를 고쳐야 아들을 바라는 남아선호경향이 없어지고 다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인데, 가족제도 개혁에는 가족법개점이 앞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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